12월 6~17일까지

여성광부.
지금은 아련한 과거로 인식되지만, 석탄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초석이었다. 석탄을 채굴하는 탄광 산업은 지하 수천m에서 광부가 채굴하고 그 석탄을 완성하기 위해 분류를 하는 선탄부 여성 광부들의 피와 땀을 거쳐 이뤄졌다.

흔히 광부들은 남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성 광부들도 존재했다. 지하 광부들이 어떤 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 상존해 만일을 대비해 남편이 사고를 당하면 여성이 가정을 유지할 수 있게 아내들이 선탄부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광부들의 삶을 추적해 전시하는 박병문 작가가 이 여성 광부들을 촬영한 작품들을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서 전시를 하게 돼 주목받고 있다.

박병문 사진작가가 선탄부를 올해 봄쯤 포트폴리오를 미국 뉴욕의 Gala Art 갤러리에 제출했고, 이 사진들이 만장일치로 선정돼 30여 점을 초대 전시하게 됐다,

박병문 사진가
이번 전시회에는 12월 6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뉴욕 Gala Art 갤러리에 ‘A Female Miner(여성 광부)’라는 주제로 잠시만 있어도 검은 분진이 달라붙어 검은 여성 광부로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에 새벽이 농하게 익기까지 카메라에 담은 작품들이 고스란히 전시된다.

박병문 작가는 말한다.

저는 “평생을 광부로 계셨던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지하 막장과 탄광촌 지역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이 거의 수십 년이 되었다”라며 “여성 광부들의 진솔한 그들만의 검은 세상 속에서 시계 초침 돌아가듯 찾아가는 일상을 흑백사진으로 선탄부의 고된 삶을 그들만의 테두리로 세상에 알리고자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이번 뉴욕전시에 다큐제작팀과 같이 12월 7일부터 12월12일 5박6일동안 뉴욕에서 관객들과의 만남과 촬영을 병행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박 작가는 평생을 광부로 계셨던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지하 막장과 탄광촌 지역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이 거의 수십 년이 됐다.

지하 1000m의 막장은 텁텁하고 고온다습하며 끈적이는 분진들의 사투 현장인 그곳에서 탄을 캐는 광부에게는 희망이란 단어가 새로움 그 자체였다.

그분들이 흘렸던 검은 땀방울의 숭고함은 아버지의 채취였고 노고의 산실이었던 것이다.

검은 땀으로 범벅되는 막장에서 시작해 차곡차곡 쌓인 거대한 선탄장까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기록하는 여정은 숙명 같은 과제가 됐고, 광부들의 모습에서 가장의 버팀목과 산업 원동력의 본래의 모습을 샅샅이 기록하기로 했다.

지하 막장에서의 그들만의 생생한 현장과 사라져 가는 탄광촌의 어제와 오늘, 지울 수 없는 탄광촌 배경들에 이어 총 7개의 시리즈 중 네 번째 주제인 ‘선탄부’를 기록하게 됐다.

어두 컴컴한 곳에서 여성이기 이전에 든든한 광부의 직무를 다하는 보이지 않는 그분들의 노고가 있었다.

막장에서 캐 내어진 탄들이 그 상태로는 상품이 될 수 없었고 섬세한 손놀림의 여성광부가 있어야만 괴탄과 경석으로 구별되고 다수의 공정을 거친 후 상품화가 된다.

선탄과의 직원 채용은 다른 회사보다 남달랐다.

무너진 막장에서의 사고는 한 집안을 위기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슬픔과 절망으로 실의에 빠진 가정을 위해 그 부인을 선탄부에서 근무하도록 회사에서 특채로 채용해 주었고, 한 가정을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이다.

여성광부.
선탄과에서는 막장에서 채굴된 탄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이곳 선탄과에서 선탄부들의 손에 의해 잡석과 갱목, 철사 ,경석 등 각종 이물질들이 선별되고 30개의 컨베이어벨트를 거치고 나면 완성된 탄으로 재탄생 된다.

검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선탄장은 늘 묵직함과 비장함이 흐르고 밤보다 더 어두운 선탄장은 행복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

손톱에 베인 매몰찬 분진의 흔적과 분진 마스크의 필터를 교체하는 그분들의 손에서 그들만의 굴곡진 시간이 보였다.

탄과 더불어 올라온 갱목은 난로의 화력으로 쓰이고 그 온기로 손을 비비며 따스함을 느껴보지만, 강원도의 겨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이리저리 엮이지 않고 돌아가는 벨트 사이로 재빠르게 다니는 그들만의 검은 공간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엔 벅찼었다.

잠시만 있어도 검은 분진이 달라붙어 검은 여성 광부로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에 새벽이 농하게 익기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혹독한 분진과 소음 속에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 광부, 밤샘 작업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오면 집을 향해 질퍽한 눈 위를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삶의 진한 향기가 났었다.

광산에서는 광부가 늘 주연이였다.

어두컴컴한 그늘에서 고되었던 선탄부. 아니 여성광부, 무겁게 입을 가린 분진 전용 마스크에서 무거운 삶의 무게가 느껴지고 범접(犯接)할 수 없는 그들만의 검은 공간을 즐기며 일상을 엮어가는 선탄부.

다시 말하자면, 여성 광부들의 진솔한 그들만의 검은 세상 속에서 시계 초침 돌아가듯 찾아가는 일상을 흑백사진으로 선탄부의 고된 삶을 그들만의 테두리로 세상에 알리고자 전시를 하게 됐다

진폐는 막장 채탄부에게 적용됐지만 여성 광부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선탄장의 작업 현장이 공개되지도 않았고 인정도 되지 않아 수많은 선탄부들이 진폐의 고통 속에서 그렇게 세상을 떠났었다.

선탄장의 작업 과정이 광부프로젝트 4번째 선탄부 전시 이후 선탄부들의 진폐 투병이 산재로 인정이 되는 엄청난 쾌거를 이뤘던 것이다

전남 화순 탄광이 2023년 6월 30일 폐광을 시작으로 점차 폐광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초석이었던 탄광의 중심인 선탄부가 뉴욕에서 관객들을 만난 무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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