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6·25 전쟁이 끝난 후 휴전상태일 때 자유당 선거구호는 ‘배고파 못 살겠다 바꿔보자’였다. 그 시절 모두가 가난했다. 멋모르고 할머니 손잡고 아늑하고 성스러운 종소리가 들리는 성당에 따라간 일들이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성당에서 옥수숫가루를 얻어 빵을 만들어 먹고 옷이나 모자도 받아 성당 가는 날은 즐겁다. 사탕과 과자 푸짐한 선물을 주는 성탄절은 발 디딜 틈도 없다.

할머니는 절실한 가톨릭 신자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하느님 성전이라며 나보고 두 손 모으라 하시고는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 하신다. 나는 받은 과자도 먹고 싶고 외국에서 원조받은 UN마크가 새겨진 모자도 쓰고 싶어 빨리 기도가 끝나도록 하느님께 기도했다. 지금은 잘사는 나라로 원조 주는 나라로 변신한 영토 작은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대단하다. 세계 선두로 파이팅!.

할머니는 팔 남매 장손인 나를 끔찍하게 여겼다. 싸늘 딱딱한 마루에 무릎을 꿇고 온 가족과 나를 위해 기도하신다. 별 탈 없이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들딸 키우며 건강하게 잘 살아 하느님께 감사하고 고맙다. 자상한 할머니 내리사랑이 나도 교리를 받아 가톨릭 신자다. 한때 젊은 시절 나름대로 패기와 교만에 넘쳐 과음하면 ‘내가 신의 아들’이다. 큰소리를 치며 내가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여 신앙도 부정하고 아내의 신앙생활도 못마땅하게 대한 적도 있다. 지금은 반성하여 주님의 종 ‘경천애인 실천’에 열심이다.

생지옥 코로나로 매일 가는 성모당 ‘오늘은 죽은 나’ ‘내일은 죽을 너’ 성직자 묘역 양 기둥에 새긴 동판문구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는 일상이다. 코로나·전쟁·지진·사건사고로 희생자 추모기도는 몸과 맘 영혼을 울린다. 생로병사의 고달픈 인생살이에 어렵고 힘들 때 자신감과 당당한 패기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누구나 한두 번 생사의 고비를 당하면 반사적으로 하느님을 찾는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애국가처럼 경천애인의 깊은 의미 나이가 많아지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마음에 찡한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신앙과 맥락이 같은 착하게 살라는 참뜻 되새긴다. 자연을 보호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천명(天命) 성당·교회·사찰 모든 종교는 교육장 실천장소는 각박하고 사고 잦은 인간사회다. 종교의 이념인 착할 선(善)을 실천하여 자연에 순명하며 사람을 사랑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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