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단순 기능 외국인 근로자 16만5000명을 국내로 들여오기로 했다. 비전문 취업비자(E-9)로 일할 외국인 인력을 역대 최고로 많이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의 인력난과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관리가 문제다.

경북 영주시의 필리핀, 베트남 국적 계절근로자 도입 실태를 보면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영주시에 108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이 중 33%에 달하는 36명이 무단이탈했다. 이들이 무단이탈하는 것은 정해진 체류 일정보다 더 길게 일하기 위해 불법체류를 택한 것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임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노동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외국인력을 들여오는 것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경주시 강동면에서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으로 황당한 경우를 겪었다고 하소연한다. 토마토 농장을 돌보는 일손이 달려 외국인 근로자 두 명을 들였는데 한 달 일 하고는 아무 말도 없이 야반도주했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과 연락해 조금이라도 임금을 더 주는 곳이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허술한 제도를 악용한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직과 불법체류로 이어지는 무단이탈을 막을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소기업 26%가 입국 3개월 내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받았다.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태업이나 무단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불법체류자는 2019년 39만281명에서 지난해 41만1270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도입 인원을 크게 늘리기로 한 E-9 비자로 들어온 사람이 같은 기간 4만6122명에서 5만5171명으로 19.6%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한 영주시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영주시는 농촌인력전담팀을 만들고 외국 지자체에 가서 계절근로자 대상자를 면접했다. 또 현지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무단이탈하면 외국인 근로자 가족이 불이익을 당하게 했더니 무단이탈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반도주 메뚜기 근로자나 불법 체류자가 양산되지 않게 외국 인력 선발과 관리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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