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사람의 굽은 등 바라보며/ 어리석은 삶을 산다고 비난한 적 있었다/ 등뼈가 휘어지도록 탐욕을 부린 거라고/ 환한 곳에 나가면 등 뒤로 숨은 그림자/ 빛을 등지고 돌아올 때 마주 볼 수 있었다/ 비대칭 무너져 있는,/ 꼿꼿한 줄 알았던 내 등”

김귀현 시인의 첫 시조집 ‘너라는 화두’(책만드는집 펴냄)에 실린 시조 ‘등 뒤’ 전문이다. 김 시인은 2012년에 시집 ‘꽃이 진 자리’(뿌리 펴냄)를 낸 이후 10여 년 만에 시조집을 묶었다. 김 시인은 시조 ‘등 뒤’가 보여주듯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을 끌어들여 자기성찰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희정 시조 시인이 시집의 해설에서 밝힌 것처럼 김 시인의 시조에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의 생과 멸, 소외된 물상(物象)에 대한 인간애가 담겨 있다. 김 시인은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 사람과 사람, 자연과 뭇 생명이 만나 만들어 내는 무수한 행로를 그려내고 있다.

“화르르 피었다가/ 하르르 지고 있는 벚꽃// 꽃잎을 꽃과 잎으로 나눌 수 있을까// 너라는 화두에 꽂혀/ 그 환한 봄날 다 보내고”(‘벚꽃 지다’ 전문)

벚꽃 피었다가 지 는 봄 날, 꽃잎 화두를 잡고 보낸 시인의 정감이 잘 드러나는 시조다. 시집의 제목도 이 시조에서 왔다. 김 시인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낸 첫 시조집 ‘너라는 화두’는 그의 인생의 중간 정산으로 읽힌다. 시집에 실린 시조 ‘중간 정산’에는 김 시인의 소박하고 초월적인 심성이 잘 드러나 있다. “어림셈으로 짚어보는 살아온 시간들/ 갈수록 밑지는 장사, 가성비 낮아지는/ 기울은 대차대조표/ 어쩐지 억울하다// 고도 난시 렌즈 속에 굴절된 세상일들/ 보탤 곳과 빼낼 곳 헛손질만 한 것인가/ 받아 든 삶의 명세서에/ 떨이 못 한 재고품만//빈손으로 왔으니 손해 본 것 없지 않나/ 부처님 셈법 대입하며 계산기를 덮는데/ 걸어갈 종심소유구,/ 부채(負債)처럼 무겁다”(‘중간 정산’ 전문)

시조 시집 ‘너라는 화두’에는 김 시인의 시조 70편이 실렸다. 김 시인은 동해남부시 동인, 포항문인협·경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주문협상을 받았다. 곽성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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