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흔히 중국 정사는 ‘25사’라고 부른다. 그 선두 주자는 사마천이 지은 ‘사기’다. 이어 한서·후한서·삼국지로 연결된다. 사기는 방대한 분량이다. 전체 130권 가운데 절반 넘는 권수가 ‘열전’이다. 이는 사기의 백미로 일컫는다.

골계 열전은 유머리스트 모음집으로 대표적 인물은 동방삭. 한무제 시절 관리인 그는 기인의 삶을 살았다. 작금 ‘삼천갑자 동방삭’이라 부르는 장생의 표상이 됐다. 도교에서 신선으로 미화한 탓이다. 보통 은자는 산간에 숨어 지내나 자신은 도시와 궁궐에 은둔해 산다는 말을 남겼다.

나이를 상징하는 단어 중에 ‘다수’란 표현이 있다. 이는 108세를 뜻한다. 차를 의미하는 한자 ‘다’를 파자하면 그런 숫자가 된다. 청나라 건륭제는 차의 애호가. 역대 최장수 황제 타이틀을 가진 비결은 차를 즐겨 마신 덕분이라고 한다.

유독 100세 이상 장수인이 많은 장소가 있다. 이런 장수촌을 파란색 표시로 나타낸 것이 블루존. 이탈리아 사르데냐와 그리스 이카리아 그리고 캘리포니아 로마린다와 일본 오키나와가 포함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블루존 장수 요인을 분석한 리포트를 발간했다. 핵심은 정서적 안정감과 집단적 소속감을 주는 공동체 삶이다. 가령 사르데냐는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고 오키나와는 계모임 성격인 모아이 친구와 가족처럼 지낸다. 로마린다는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신도가 서로를 돕는다.

언젠가 파이낸셜타임스는 김치와 건강염려증이 한국인을 장수하게 만든다고 보도했다. 사실 우리는 세계 장수국 일원에 속한다. 한데 주관적 건강 상태는 극히 나쁘다. 매년 4000명 정도가 건강염려증 진단을 받는다. 일종의 강박장애 증세로 미국 제퍼슨 대통령도 심각한 편두통에 시달렸다.

김치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에 퍼졌다. 이후 일본 기무치와 경합한 끝에 우리말 영문명으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인정을 받았다. 미국의 건강잡지 헬스는 올리브유·요구르트 등과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았다.

김치는 사스 사태를 겪은 중국인 이목도 끌었다. 그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탓이다. 이에 중국은 한국식 김치를 동북 지역의 조선족식 김치로 바꾸고 파오차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도 했다. 근래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배추요리인 한국 김치를 격찬했다. 장에 유익한 박테리아가 함유된 슈퍼 푸드이자 전통 옹기에서 삭힌 발효 식품이라 소개했다.

한국은 김치의 종주국. 매년 11월 22일은 법정기념일인 김치의 날이다. 삼국시대로 거슬러 오르는 역사를 가진 김치는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가 김치의 날을 제정했고 최근 남미의 아르헨티나도 국가기념일로 삼았다.

작금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면역력 강화 평판이 나면서 김치 수출이 대폭 늘었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93개 국가에 이른다. 특히 서안동농협 풍산김치는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이바지하는 효자 농산물이 됐다.

김치를 먹는 음식문화 때문일까. 한국은 장수국 반열에 올랐다. 일본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근래 우리 지역 영양이 백세 이상 노인이 많은 한국 장수마을 열 곳에 들었다. 영양은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기도 하다. 오지 산골의 블루존 장수촌 영양에서 오염된 소음을 벗어나 진정한 어둠의 고요를 느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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