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포항에서 촉발 지진이 일어난 지 6년 만에 위자료 청구 소송 판결이 나왔다. ‘피고 대한민국은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본 원고들에게 위자료 200만~300만 원씩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 이후 포항 지역사회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포항시 읍면동에서는 추가 소송에 필요한 구비서류를 떼려는 시민들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판결이 나온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지금은 조금 안정을 되찾았지만, 행정력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포항시가 피해 주민들의 권리 침해 방지를 위해 무료 법률상담과 이·통장을 통한 안내 홍보, 권역별 순회 설명회를 열고, 노인·장애인·요양시설 입소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 대책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한다. 소송 대란 현실화에 따른 주민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피해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 가중, 임박한 소멸시효, 국가 책임이 명백한 상황에서 법적 공방을 지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정부가 포항지진 손해배상 소송 관련 소멸시효(내년 3월 20일)의 이익을 포기하고 항소심 진행과 관계없이 일괄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8일 수도권 로펌 대표변호사와 국가배상 전문 로스쿨 교수들을 만나 포항촉발 지진 소송 일괄배상 방안에 대해 자문받기도 했다. 법률전문가들은 항소심에서 국가 책임에 대한 번복은 어렵겠지만 배상액은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지진 당시 포항시에 거주한 시민 모두가 피해자인 만큼 소송 대란 방지를 위해 정부가 일괄배상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시민 혼란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피해 지원 형태가 아닌 손해배상 개념을 도입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인 데다 소멸 시효가 내년 3월 20일로 임박해 법률 제·개정이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항소심 진행과 관계없이 국가의 책임 이행에 대한 사전 의지 표명부터 명확해야 한다. 또한 지진 발생에 대한 국가 책임이 법원 판결로 명확해진 만큼 지진 피해에 대한 일괄배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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