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민생’을 얘기하는 국회가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사 기업의 임직원이었다면 업무 태만으로 벌써 내쳐졌을 일이다. 월성원전과 한울원전 등 국내 가동 원자력발전소마다 사용후핵연료가 턱밑까지 쌓여 있다.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이 가까워졌는데도 여야는 정쟁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을 마련할 근거법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처리를 미루고 있다.

지난 14일 경주시와 경주시원전범대책위원회가 국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또다시 촉구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한국원자력산업협회를 비롯한 원자력 단체와 기업 505개의 서명이 담긴 ‘고준위 특별법’ 신속 처리 촉구 성명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수년 전부터 원전 소재 지자체들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에도 원전 소재지 자치단체장들과 전문가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토론회까지 열어 계류 중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국회는 우이독경이었다.

1970년대부터 원자력발전소 27기(영구정지 2기 포함)를 운영하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이 원전마다 쌓이고 있다. 방폐물은 원전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데, 대부분 포화에 가까워져 당장 2030년 전후부터 방폐물 처리를 못 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가 지난 2016년과 2021년에 걸쳐 방폐물 관리계획을 마련하고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지만, 지금까지 국회가 가로막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원전 추가 확대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이견으로 여야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과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 등 여야 지도부가 ‘2+2 협의체’ 2차 회의를 열어 신속 처리 법안 목록 각 10개씩을 교환했는데, 그중 고준위 특별법도 포함됐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버리고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해 고준위 특별법을 신속 처리해야 한다.

방폐물이 경주 월성원전 98.8%, 울진 한울원전 80.8% 등 발전소마다 포화 수준이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 국민 건강을 내세우며 온갖 선동을 일삼은 민주당이 고준위 특별법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탈원전 몽니로 법안의 통과를 가로막고 있는 민주당에 고준위 특별법의 신속 처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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