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감독 이어 제카·하창래·그랜트 등 공수 주력자원 줄이적
중앙수비 붕괴 수준…박태하 감독-김승대 꼬인 인연 풀기도 숙제
14년 만의 아시아챔프 탈환·'축구 명가' 수성 가시밭길 불가피

포항스틸러스 선수단.
14년 만의 아시아챔프를 노리고 있는 포항스틸러스가 감독 교체에 이어 주요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 들리면서 자칫 팀 전체를 리빌딩해야 하는 위기로 내몰렸다.

포항스틸러스는 지난 14일 5년 간 팀을 이끌었던 김기동 감독이 서울 감독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15일 박태하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통상 감독만 바뀌어도 팀 색깔이 달라지는 프로스포츠팀 특성상 미드필더 출신의 김기동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태하 감독은 전형적인 윙플레이어이자 공격형 미드필더여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 팀 공격의 중심에 서 있던 제카가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 이적이 기정 사실화 된 데 이어 팀 수비의 중심인 하창래와 그랜트 마저 각각 일본과 중국 프로팀으로 이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에 따르면 하창래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일본 J리그 진출을 희망해 왔고, 나고야 그램퍼스가 ‘하창래의 해외 이적 시 바이아웃 조항’을 적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아웃 조항이란 특정 선수가 프로구단과 계약 체결 시 특정 금액 이상의 금액을 정해놓고, 그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는 팀이 있을 경우 기존 계약관계와 상관없이 협상할 수 있는 조항을 말한다.

지난 2021년 입단한 뒤 하창래와 함께 포항 중앙수비를 맡아 튼튼한 벽을 쌓았던 그랜트 역시 올해 계약이 만료된 터라 어느 팀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FA신분이다.

현재 그랜트는 중국 텐진 진먼후가 사실 상 영입 발표만 남겨 놓은 상황인 것으로 진해지고 있다.

포항 구단은 하창래와 그랜트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이 제시한 조건이 포항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어서 어떻게 만류해 볼 입장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하창래와 그랜트가 팀을 떠나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로 남았다.

포항으로서는 제카에 이어 하창래와 그랜트가 팀을 떠나면 공격과 수비 중심 축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사실상 전체 팀을 리빌딩해야 하는 처지다.

일단 포항은 제카 공백을 메우기 위해 K리그에 적응한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물색에 나선 끝에 유력한 영입 후보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앙수비수다.

하창래와 그랜트가 떠날 경우 지난 2년 간 중앙수비수 조커로 큰 활약을 펼쳐온 박찬용에게 한 자리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머지 1명은 기존 전력 중 신인 이규백이 있지만 지난 6일 우한싼전과의 ACL J조예선 6차전에 선발출전했으나 성인축구의 높은 벽에 막혔다.

이규백은 고교 시절 U-20 대표 선수로 차출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면서 고교 3년 당시 준프로선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포항의 차세대 중앙수비수로 각광을 받아 왔지만 지난 6일 프로데뷔전은 가혹했다.

워낙 재능이 뛰어난 선수여서 앞으로 출전수가 늘어나면 빠르게 적응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2월부터 시작되는 AFC챔피언스리그 본선경기에 나서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부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만만찮다.

ACL본선 경기로 인해 동계 전지훈련이 길어야 6주 가량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전술적으로 녹여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태하 감독 역시 그동안 꾸준히 포항 선수들을 살펴왔지만 기존 선수들 파악마저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사면초가다.

이들 외에도 올 시즌 주장을 맡았던 김승대와 박태하 감독이 중국 옌밴 푸더 시절 꼬인 인연을 어떻게 풀어낼 지도 관심사다.

일단 세월이 조금 흐른 터라 앙금은 많이 풀어졌겠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아니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될 경우 포항의 상황은 더욱 어려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올 시즌 부상 당하기 직전까지 풀타임을 소화한 미드필더 오베르단 역시 아직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지만 시즌 내내 각 팀의 부러움을 받아왔던 만큼 언제든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포항은 사실상 팀이 완전해체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할 만큼 전면적인 리빌딩이 불가피하게 된다.

여하튼 K리그1 12개 팀 중 가장 빈곤한 포항으로서는 내년 시즌 어쩔 수 없는 대개편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축구명가’를 지켜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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