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불로불사는 인간이 꿈꾸는 욕망이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고 현대인이 태반주사 같은 노화 방지에 눈길을 주는 양태에서 고금이 다르지 않음을 본다. 특히 시황제는 제국 각지에 수배령을 내려 불로약을 찾았고 채취된 영약은 친히 검사했다. 그 약제는 수은이 함유된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 인체는 60조 넘는 세포로 구성된다. 이는 20만 가지 이상 단백질을 만든다. 체세포는 46개 염색체로 이뤄졌다. 부모에게 각각 23개씩 받는다. 염색체는 유전정보인 DNA를 가졌고 그 양쪽 말단에 텔로미어가 놓였다.

이는 염색체 소실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인간은 세포 분열로 생명을 유지한다. 일평생 최대 60회 정도 일어난다. 세포 분열이 거듭되면서 텔로미어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소위 세포가 늙는다는 의미. 의학 용어로 ‘노화’라 칭한다. 이런 현상을 발견한 블랙번 박사는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최근 노화를 연구하는 핵심은 짧아진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효소의 활성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아직 완벽하진 않으나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 텔로미어는 길수록 이롭다. 빨리 걷는 습관은 이에 도움을 준다.

일본은 세계 최장수 국가이자 초고령 사회이다. 도쿄대 노화연구소는 노쇠와 취미생활 연관성을 분석했다. 운동·문화·봉사 삼박자를 갖춘 노년을 모범으로 삼았다. 그중 다른 활동은 하지 않고 운동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흥미로웠다. 혼동족은 노쇠 위험이 3배나 높게 나왔다. 요컨대 남과 어울리는 일상이 필수란 결론을 내렸다.

하버드 의대가 75년간 진행한 성인 발달 연구 프로젝트도 똑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즐거운 삶에는 주변과 융화하는 관계가 최우선 순위로 꼽혔다. 런던대 스텝토 교수에 의하면 스스로 젊다고 여기는 이들은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로병사는 생명체가 갖는 숙명이다. 식물은 동물에 견줘 생존이 길다. 그 이유는 광합성 작용을 하기에 에너지 소모가 적어 세포 노화가 늦춰지기 때문이라 한다. 사실 오래 사는 동물은 움직임이 적다.

대개 거대한 나무는 장수 유전자를 가졌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엔 ‘마크 트웨인’으로 명명된 자이언트 세쿼이아 둥치가 전시됐다. 캘리포니아에 있던 거목으로 줄기 지름이 무려 5m에 달해 그 크기에 압도당한 기억이 난다. 나이테엔 당시 역사적 사건이 표시됐다. 6세기 동로마 유스티니아누스 때부터 19세기 미국 해리슨 대통령 시절까지 살았다. 장장 1300년 넘는 햇수다.

이에 비하면 사람의 목숨은 하잘것없다. 석기시대 기대수명은 30세 언저리였고 근대에도 40세를 넘지 못했다. 전쟁·전염병·기아가 다반사인 탓이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위생과 영양이 개선되면서 수명이 늘어났다.

문명사가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인류는 여러 난제를 극복했기에 수명이 150세로 연장될 것이라고.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는 한층 대담한 주장을 폈다. 우리가 복합적 문명을 경영할 지혜와 경험을 터득하려면 300년은 돼야 한다고. 한데 궁금하다. 그런 경우 정상적 삶이 가능할까.

올해 노인의 날에 청려장 지팡이를 받은 어르신이 2600명 넘는다. 역시 궁금하다. 그중 정상적인 노후를 보내는 분은 얼마나 될까. 국제노화학회는 노년 건강 원칙을 제시했다. 적정 스트레스와 식이 그리고 운동. 독자 여러분은 행복한 장수를 위한 습관을 만들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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