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경주시가 도심 곳곳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역사 관광도시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경주시가 내년도 국·도비 예산을 1조 원 넘게 확보해 역대 최대 규모라지만 역사문화 관광도시 정책에 쓸 예산은 미미하다. 문화 관광 분야의 신라왕경 디지털 복원 사업비 45억 원과 지방박물관 특성화 사업비 26억 원이 고작이다.

연 관광객 5000만 시대를 열겠다는 경주시의 관광이 황리단길이나 보문단지 동궁원, 버드파크 등에 치중돼 역사 관광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에 경주시가 역사관광 도시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경주 폐역과 폐철도 부지의 개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에는 지난 2019년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신라왕경에 해당하는 14곳의 유적지가 법적 지원을 받고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월성과 황룡사, 동궁 등 주요 왕궁 시설은 물론 쪽샘지구, 낭산 사천왕사 등에 대한 발굴 작업이 마무리되거나 진행 중이다. 특별법의 제정으로 강력한 추진력과 예산이 뒷받침돼 왕경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이런저런 관광사업이 함께 추진되고 있어서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주시가 동천동에서 황성동까지 폐철도 구간에 도심 숲을 조성하기로 하자 시민단체가 폐철도 이용과 관련, 주민 의사를 묻는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내년 1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논란이 예상된다. 경주시가 199억 원을 들여 세계문화유산과 신라왕경 핵심 유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탐방거점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26일 밝혔다.

경주시는 지난 4월 경주의 폐역 17곳과 폐철도 80.3㎞ 부지의 효율적인 활용 개발 방안을 담은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도심 구간의 폐철도 노선은 ‘도시바람숲길’을 조성하고, 외곽 구간은 자전거 도로와 마라톤코스 등으로 지역별 특성에 따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의 폐역과 폐철도 부지 개발은 경주의 신라 역사문화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밝힌 것처럼 폐철도 부지 개발은 경제와 문화재, 관광, 경관 등을 종합적으로 깊이 고려해야 한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문화관광부, 문화재청과 함께 역사 문화 관광도시 개발과 정비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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