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몇 년 전 내 고향 프로에 물 맑고 공기 깨끗하고 영롱한 햇살이 눈 부신 고향 상주 모동 백두대간 백화산자락의 곶감 농장이 나왔다. 새하얀 분이 나온 옛날에 먹던 탐스러운 곶감이 TV를 탔다. 성모당을 매일 가면서 대구 살지만 내가 어릴 때는 상주읍내에 자랐다. 뒤 냇가에 냇물도 입대고 먹었던 자연 그대로 세상이다. 겨울철에는 초가집 처마에 달린 백옥 같은 고드름을 바작바작 씹어도 탈이 안 난 그 시절 시골 곶감을 반세기 만에 본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도 상주 중앙시장 안에는 한 골목 좌우에 곶감만 파는 가게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곶감도가’ 라고 고향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맘때면 곶감을 사고파는 사람 외지 고객까지 북새통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평일도 북적하지만 매월 끝자리 수가 2일과 7일이 상주 장날이 되면 인산인해로 상주에서 흔한 자전거는 물론 사람도 곶감도가를 빠져나오기 힘 든다.

근대화 시절 어릴 때 곶감도가에 가보면 긴 막대기에 10개씩 끼어 10묶음 100개 한 접이다. 하얀 분이 나온 작은 도넛 모양의 곶감 정말 꿀맛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에 찬방 위에 깊숙하고 서늘한 다락에 숨겨두고 간식으로 막대기에 곶감을 1개씩 빼내어 나누어 주는 생각이 난다.

아궁이에 볏단이나 장작불에 아랫목을 따뜻하게 하고 호롱불로 밤 밝히는 풀벌레 우는 긴 밤은 허전하고 심심했다.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해주면 그렇게 재미나고 신났다. 그 시절은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인기 짱 이고 주변에 아이들이 몰린다. 그때는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 잔재미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된다.

엄동설한 한겨울 천장에서 찬바람이 술술 들어와 잠을 설치는 밤에 잠이 안 와 할머니를 조르니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를 해 준다.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는 먼 옛날 외딴 산골 한밤중에 아이가 보채며 운대요. 젖을 물리도 안 되고, 사탕을 주도 안 되고, 달랠 길이 없대요. 호랑이 왔다고 소리치니 더 울음소리가 커지더니 다락두지에 있는 곶감 가져온다고 하니 울음을 뚝 거치대요. 문밖에서 으르렁거리며 듣고 있던 호랑이가 ‘나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 있나’ 하면서 걸음아 나 살리라고 하면서 줄행랑을 놓았다” 들려주는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는 곶감철만 되면 짠하다.

옛날부터 간식으로 으뜸인 곶감 정말 맛있다. 여름 시푸른, 겨울 빨간, 홍시 껍질까지 후루룩 마시면 끝내준다. 요즘은 사시사철 곶감 먹는 좋은 시절이다.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농산물 곶감 구매 하고 새해 선물도 하여 집안 화목 다지며 고향 사랑 실천하자. 벌어지는 도농격차 줄이고 농촌경기 활력에도 십시일반 보태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