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영남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대외협력처장
박종국 영남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대외협력처장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는 우리 독자들도 푸른 용과 함께 승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 드리며 글을 시작한다.

다사다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인 만큼 시작은 단순한 주제로 정하였다. 아마도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상당수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꼽을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하는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한 사실이지만 가끔 영어가 이해를 돕는데 유용한 경우가 있다. 한글로 공직자라 함은 한 번 더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영어로 이야기하면 명확하다. ‘public servant’ 즉 ‘국민 머슴’이다.

신분적인 계층을 나타내는 ‘노비(奴婢)’와는 달리 ‘머슴’은 경제적인 사상에 바탕을 두고 생성된 직업의 한 유형이다. ‘새경’이라는 연봉을 받고 계약기간 동안 고용되는 사람이 머슴이다. 생사여탈권을 주인이 쥐고 있는 노비와는 달리 머슴은 연봉의 정도를 포함한 노동 조건을 주인과 협상하여 쌍방의 의견이 일치되었을 때 고용계약이 성립되는 계약관계에 있다. 물론 계약에 있어 주인이 철저하게 갑의 위치에 있다. 주인은 머슴밥, 고봉(高峯)밥과 같이 머슴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기간만 고용하고 필요 없을 경우 언제든 고용관계를 끊을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머슴이 주인의 의중을 살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동기가 되고 이를 주인은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의 주인과 머슴, 즉 국민과 공직자의 관계는 어떠한가? 머슴이 주인의 의중을 살피듯, 공직자도 국민의 의중을 살피는가? 이 질문에 흔쾌히 ‘그렇다’라는 대답을 하기에는 상당한 망설임이 필요하다. 사실 지금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의중보다 공천권자의 의중을 더 우선한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작금의 행태에 대한 책임은 공천권자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닌 국민이라는 주인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주인이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머슴이 주인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머슴과 계약을 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 회로 넘기기로 하고 오늘은 주인과 머슴의 관계를 규정하는데 다음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듯하여 소개한다.

평안북도 정주에 한 머슴이 있었다. 그 머슴은 아침 일찍 일어나 주인과 약속한 마당을 쓸고, 남는 시간에 주인과 약속하지도 않은 주인의 요강을 씻었다. 주인의 요강을 깨끗이 씻어 매일 안방에 들여 놓았다. 감동한 주인은 이 머슴을 대학에 입학시켜 주었고, 그 머슴은 공부를 마치고 오산학교의 선생님이 되었다. 사람들이 물었다. 어떻게 머슴이 대학에 가고 선생님이 될 수 있었는가? 그 머슴은 이렇게 대답했다. ‘주인의 요강을 정성 들여 씻으면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독립운동가 조만식 선생님의 이야기로 새해 첫 칼럼을 마무리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