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교육부는 지난해 6월 공교육 혁신과 역량을 강화하고, 수월성 교육을 위해 지난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존치하여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수월성 교육이란 남들보다 뛰어나고 우월한 능력을 가진 피교육자에 대해 그 능력을 개발하려는 교육이나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생의 능력과 적성을 조기에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지, 소수의 엘리트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회균등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보편적인 교육권 보장’이라는 평준화 제도의 기본정신과도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모두에게 같은 교육을 시키는 게 아닌 학생 수준을 고려해 인재양성에 집중하는 수월성 교육에 힘써야 한다.

수준에 따라 배우는 내용을 달리하되 기본적인 내용은 알 때까지 가르쳐 소위 ‘수포자’ 같은 낙오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지식 전달은 AI(인공지능)가 학생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해 맞춤으로 제공하고 교사는 창의성·인성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함으로써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무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형평성과 수월성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교육에서의 수월성은 진보나 보수의 진영과 상관없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어떤 종류의 수월성인지는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우선 ‘선발효과’가 아니라 ‘학교효과’에 의한 수월성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성과의 결정적 요인은 ‘선발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선발효과가 전혀 없어도 학교 운영방식에 따라 성과가 뚜렷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많이 보아왔다.

수월성은 하위권을 위해서도 추구되어야 한다. 최근 제기되는 학력저하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보편적이지 않던 과거에는 학습결손이 생기면 ‘나머지 공부’를 학교에서 꼭 시켰다.

사교육이 일상화되면서 교사가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배워오는 아이들이 많아졌는데, 문제는 사교육으로 학습결손을 보완할 수 없는 하위권·저소득층·소외된 아이들의 경우다.

학교의 ‘나머지 공부’는 방과후수업이 들어오면서 사라졌다.

학습 미진 부분을 맞춤형으로 추가 지도했던 나머지 공부와는 달리 방과후수업은 특기·적성교육 중심이어서 개별 학습결손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경쟁완화·학업부담 감소를 아무리 외쳐도 학습결손 누적을 해결 못하면 ‘아이가 행복한 교육’은 헛구호에 그칠 뿐이다.

선진지식을 흡수하는 기존의 수월성으로 AI시대를 넘어설 수 없고, 정해진 답만 맞히는 수월성을 넘어 ‘내 생각’을 설득력 있게 발전시키는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수월성으로 바꿔야 한다.

수월성 교육은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적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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