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솟아라.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시인 박두진이 갈망하던 해가 솟아오른다. 갑진년 청룡의 해가 열린다.

사람이 동물과 함께 살아온 역사는 아주 오래다. 지금은 개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다. 또 동물 중에는 상상의 동물도 있다. 전통문화와 어울려 신성시되는 동물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에서 백호를 제외한 청룡, 주작, 현무가 다 상상의 동물이다. 백호(白虎)도 그냥 범이 아니다.

사신(四神)은 수호신의 역할을 하므로 궁궐이나 성(城)의 사대문에도 그려진다. 물론 처음부터 사신이 다 갖춰진 것은 아니다. 용과 범이 먼저 등장했고, 이는 석기시대까지 올라간다. 좌청룡 우백호의 등장이다. 용과 범이 사방에서 상(祥)서롭지 못한 것을 물리친다고 했다.

용(龍)은 사람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왔다. 상상의 동물 가운데 으뜸으로 왕(王)에 비유되었다. 왕의 얼굴은 용안, 왕이 앉는 의자를 용상, 왕의 옷은 용포라 했다. 왕의 혈통을 용손, 왕의 뜻을 용린(龍鱗)이라 했다. 백제 무왕이 어머니가 용과 관계해서 낳은 아들이다. 연속극 ‘고려 거란 전쟁’에 나오는 현종(대량원군)을 용손(龍孫)이라 했다. 용비어천가의 용도 왕을 의미한다.

2024년은 갑진(甲辰)년이다. 갑진년은 청룡(靑龍)의 해다. 사신도에서 청룡은 동쪽을 지키는 용이지만 황룡은 천하를 다스리는 왕을 상징한다. 용은 하늘에서 땅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태워 하늘로 실어나르기도 한다. 해모수가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내려와 유화부인을 만나고, 불교에서는 ‘반야용선(般若龍船)’으로 영혼을 피안(彼岸)으로 실어나른다.

신라 건국 박혁거세의 알영부인은 우물에 사는 용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신라의 출발이 박혁거세와 더불어 알영부인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후대에 부각하려 한 것 같다.

우물은 사람의 삶과 함께한다. 생명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우물에 신령스러운 용이 산다고 생각했다. 우물에서 용이 나온다. 바다의 용이 육지로 나올 때 통로가 되는 것이 우물인 셈이다. 알영부인이 태어난 용도 우물에 사는 용이었다. 분황사 우물에도 호국 용이 살았다고 한다. 물과 생명과 소원과 용.

선덕여왕이 첨성대를 세우고, 분황사를 창건했다는데, 첨성대의 맨 윗부분이 우물 정자, 분황사 우물의 용. 서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우물 속에 용이 살았고, 우물을 통해 용이 나타난다고 믿었다. 지금도 정월 보름에 우물에서 용왕님께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다. 첨성대 몸체 옆구리 부분에 문이 있다. 알영부인이 나왔다는 용의 옆구리. 석가모니가 탄생한 마야부인의 옆구리. 첨성대를 세운 선덕여왕. 서로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용의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반야용선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재 모지사바하” “가세, 가세, 저 언덕에 가세, 우리 함께 저 언덕에 가세, 깨달음의 행복이 있어지이다”. ‘반야용선’이 중생을 피안의 세계로, 행복의 나라로 실어나른다.

새해는 갑진년. 날아오르는 청룡의 해다. 청룡이 행복의 나라로 실어나를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갑진년의 청룡도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행복의 나라로 인도할 것이다. 우물쭈물하지 마라. 용이 상승기류를 탔다. 우리 모두 상승기류를 타고 신나게 날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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