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이다. 청룡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2024년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미·일 협력과 북·중·러 밀착 구조 변화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재편되어 신냉전 구도가 굳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와 동북아 지역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 혹은 대립과 분쟁이 이중으로 교차하여 만들어진 4차 함수로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제 문제이다. 2024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북한의 핵 위협,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및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격화 등 관련 주요국·지역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과 통상, 국제법과 기후변화, 신흥안보와 개발협력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2024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목해야 할 변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글로벌 정치의 새 판을 짜는 슈퍼 선거이다. 2024년은 한국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된 ‘슈퍼 선거의 해’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결정 짓는 최대 변수이자 최대 관심사는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현재의 전망은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고, 지난 2020년 대선에 이어 리턴 매치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중관계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대만 총통 선거(1월), 러시아의 대선(3월), 인도와 영국의 총선(4월), 유럽연합의 의회 선거(6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9월) 등이 연이어 치러질 예정이다. 연쇄적으로 대통령 선거나 총선이 치러지면서 세계 권력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지게 될 것이며, 이들 선거 결과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영향을 미칠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강 대 강’으로 고착화하는 남북과 북미관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4년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대외 강경 노선으로 대남 부문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쟁 준비’ 과업을 지시하며 러시아와 연대 강화 방침을 밝혔다. 북한은 2024년에도 핵무력정책법(2022)에 따른 공세적인 핵 사용교리와 핵 태세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한미동맹에 대한 핵 위협을 증대시키고, 정찰위성 추가 발사와 핵·미사일 등 군사력 강화에 열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2024년의 북미관계는 대치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억제 조치가 반복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에 양국의 적극적인 대화 국면이 형성되지 않고 협상에 나설 동기가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강화한 뒤에 일정 수준으로 협상 입지가 강화됐다고 판단하면 미국을 상대로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교착 상태에 놓인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는 2024년 말 미국 대선 이후 대화를 전략적으로 시도할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강 대 강’으로 고착화하는 남북과 북미관계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는 심화하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한반도의 국제정세를 짓누르는 리스크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의 발전 및 첨단기술의 군사 기술화를 막기 위해 반도체 공급 차단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다. 반면 중국의 일대일로 등 세계화 전략을 저지하기 위해 동맹국과 연합으로 대중국 봉쇄전략도 지속 추진할 것이다. 그 결과 세계는 ‘민주진영’ 대 ‘권위주의’ 진영으로 쫙 갈라지는 신냉전 질서가 더욱 고착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미국 등 주요 국가는 경제안보를 강조하는 한편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등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sation)도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GVC)도 자국으로 리쇼어링과 진영 내 소세계화로 분절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 환경도 급변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변화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2024년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첨단전략기술을 육성하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등 미래 유망 산업을 예측하고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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