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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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간 것은 지역의료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대표는 2일 오전 10시 27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습격당했다. 목 부위에 약 1.5㎝의 열상(피부가 찢어져서 생긴 상처)을 입고 쓰러졌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곧장 이송됐다. 의료진이 응급 처치를 거쳐 경동맥 손상이 의심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다. 이 대표는 당초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을 계획이었다.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논의를 거쳐 수술을 집도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부산대 의료진이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지만, 민주당이 반대 의사를 밝혀 이 결정이 번복됐다.

이 대표는 부산대에서 응급 처치를 마친 뒤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출발했다. 서울로 향한 지 약 2시간 40분 만인 오후 3시 20분에야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부산대병원을 믿지 못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서울로 옮긴 것은 가족들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면에는 뿌리 깊은 지역의료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는 등 외상치료로 손꼽히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간 “지역 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당 대표가 위급 상황에 처하자 서울의 병원으로 실어 가기 바빴다.

민주당은 쌍특검만 밀어붙일 것이 아니다. 숙원인 지역 의료 격차 해결책부터 내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신설과 같은 지역 거점 의료시설 확충이 필수다. 또한 의대 증원 때 지방 의대 정원 집중 증원과 지역 인재 100% 선발, 의사 지역 의무 복무제 등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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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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