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대표변호사
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대표변호사

필자가 변호사 2년차 때의 일이다. 떡, 냉면 같은 제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대장균이 검출된 떡 제품을 판매하다가 적발되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회사는 경찰로부터 제품에 대한 검사 결과지의 제출을 요구받았고, 제출할 자료라고 하며 A4 용지 열 박스 정도의 자료를 가지고 왔다.

“저게 뭐죠?” “경찰에 제출할 원재료, 완제품 등 검사 결과지입니다.”

“저 자료가 회사에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정리한 자료라는 거죠?” “아닙니다.”

“아니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이번에 저희가 만든 자료입니다”

그러니까 대장균이 검출된 것으로 기재된 실제 실험자료는 따로 있는데, 검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작한 자료를 새롭게 만들어서 제출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선임 변호사님은 잠깐 회의를 중단하시더니 창밖을 내다보며 담배 한 대를 피웠다. 금연구역인 회의실에서 말이다. 그러더니 이 말씀을 하고 회의실 밖으로 나가셨다.

“그 자료 내면 우리는 이 사건 안 합니다.”

변호사를 하면서 “변호사는 왜 나쁜 사람을 도와줘요?” “변호사는 돈 받으면 뭐든 다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필자도 변호사가 되기 전에 그런 편견이 없지 않았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변호사가 그렇게 종종 묘사되곤 한다. 실제 그런 변호사가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선량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깊이 보면 법으로 규율되고 있고, 다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다가 다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법을 찾게 되고, 이때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주고, 죄를 지은 사람이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적정한 처벌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인 것이다. 가짜 자료를 제출해서 경찰을 속이고 그 순간의 위험을 모면해 보려는 의뢰인을 막는 것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의뢰인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의뢰인이 가짜 자료를 제출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되었을 것이고, 식품위생법 위반도 더 중하게 처벌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아무리 착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라도 법 없이 살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보호받기 위해서 법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다. 변호사도 의뢰인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최선의 법적인 조력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법 없이 살아도 될 선량한 사람들이 억울함 없이 편히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경북일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널 위한 변호”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인사드리게 된 법무법인 수안의 김명식 변호사입니다. 앞으로 좋은 글로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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