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계묘년이 저물어 가는 12월 하순에 신바람 소식을 접했다. 프로야구 이정후(25)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정식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팀의 일원이 됐고,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인 이종범(53)의 아들이다. 이종범은 얼마 전까지 LG트윈스 코치였고, 1994년 한 시즌에 84도루를 달성하는 주루 능력을 선보여 ‘바람의 아들’이란 별호를 얻었다. 아들인 정후는 자연스레 ‘바람의 손자’가 됐다. ‘바람의 아들’에 ‘바람의 손자’다. 신바람 나는 활동이 기대된다.

가수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가 있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중략∼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 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꽃이 피고 지고, 만남과 이별,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 실패와 고뇌 이 모든 것을 바람이라 했다. 이 바람을 다스리는 해답이 사랑임을 깨달아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고 했다. 세상을 사랑하게 만든 바람, 바람을 노래하며 사랑을 다짐하였다.

거제도에 가면 ‘바람의 언덕’이 있다. 해풍이 많은 곳이다. 자생하는 식물들도 바람의 영향으로 대부분 키가 작다. 언덕의 위쪽 편에는 오랜 세월 해풍을 맞으며 뿌리를 내린, 나이 먹은 동백의 군락이 있다. 주름진 듯 해묵은 동백나무가 바람에 시달리면서도, 모든 꽃이 몸을 사리는 한겨울에 당당하게 핏빛 꽃망울을 피운다. ‘바람의 언덕’으로 불어닥치는 해풍이 동백나무 고달픈 가지에 아름다운 빨간 꽃을 달아주었다. 필 때나 질 때나 한결같이 붉은 동백이 되게 한 건 팔 할이 바람이다.

‘리어왕’, ‘모비딕’과 함께 ‘폭풍의 언덕’이 영문학 3대 비극으로 불린다. 여류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이다. 정직하지 못한 사랑의 선택이 불러온 처절한 불행. 돌고 돌아 결국 칼끝이 자신에게 오는 복수. 평생 분노라는 감정에 휩싸여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좀 먹게 하는 어리석음. 그 복수와 불행의 몸서리나는 바람도 자식 세대의 사랑으로 잠재워진다.

‘바람의 파이터’라는 영화가 있었다. 실화다. 일본 전체를 무릎 꿇린 단 한 사람의 한국인 최영의. 일제강점기에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요, 정의 없는 힘은 폭력임”을 깨달아 입산 수련한 사람이다. 압박과 설움의 모진 바람에, 바람같이 빠른 주먹으로 정의를 세운 사나이의 이야기다. 칼날 같은 시련의 바람 속에서, 바람을 가르는 주먹을 길러 주먹 세계를 평정한 인간 승리의 이야기가 ‘바람의 파이터’다.

이 세상에는 끊임없이 바람이 분다. 가지 많은 나무에 부는 근심의 바람, 무서운 회오리를 일으키는 토네이도, 연분홍 치마에 부는 봄바람, “아~ 바람 불면 꽃바람이 살랑살랑 꿈에서도 그리던 임이 찾아오려나”의 꽃바람도 있고, 치맛바람, 투기 바람, 선거 바람, 인기몰이 바람, 실바람, 센바람, 싹쓸바람 등 바람이 있게 마련이고, 바람은 있어야 한다. 바람은 지구가 살아있음이다. 바람은 대기의 순환, 공기의 움직임이요, 움직이는 공기의 신선함으로 만물이 숨 쉰다.

바람 중에 제일 좋은 바람은 신바람이다. 기뻐서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며 신이 나는 기운이 ‘신바람’이다. 신바람 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괴로움을 날려 보내는 바람, 살맛 나는 바람이다. 새해에도 바람이 불 것이다. 온갖 바람이 불어와도 신바람으로 처리하여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자. 갑진년 새해를 신바람으로 신명 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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