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우리 경제의 대외적인 상황 변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코 ‘미·중 간의 갈등’일 것이다. 그런데 조금 시각을 달리하면 미·중 갈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라 할 것이다. EU, OECD, 아세안 등 어느 권역권을 막론하고 중국과 미국은 제1의 혹은 제2의 교역국에 해당하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기회가 되어줄 산업이 하나 있다. 바로 ‘해운’업이다. 해운이란 선박이라는 운송 수단을 이용해 화물이나 사람을 운송하는 산업을 지칭한다. 현재 전세계 교역량의 90% 이상이 해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많은 국가들이 해운을 통해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 될수록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새로이 조달할 대체 국가를 찾아야 할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요소수 수급이 어려워지자 중국 이외의 여타 국가들로부터 요수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많은 국가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조달해 줄 수 있는 수급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이다. 2023년 기준으로는 21건의 FTA를 통해 59개국과 자유무역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 둔 상태이다. 최근에는 중동 6개국 협력 기구인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달성했다. FTA의 효과는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교역 조건으로 무역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FTA의 장점을 적절히 유지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공급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교역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향후 전개될 해운산업의 재편 역시 우리에겐 적지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은 통상적으로 몇 개의 해운사 간의 동맹을 통해 운항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대 해운동맹(2M, Ocean Alliance, THE Alliance)이 전 세계 물동량의 80% 가까이 담당하고 있다. 2M은 전세계 물동량의 30%, 오션얼라이언스는 26%, 디 얼라이언스 1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2M 동맹을 체결한 세계 1위 해운사인 MSC(스위스), 와 세계 2위 해운사가 Maersk(덴마크)가 2025년 해운 동맹을 만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되면 MSC와 Maersk사 각각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해운사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중 간의 갈등으로 중국 해운사들은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 역시 우리에겐 기회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조기업이 많은 것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상위권 해운사들이 군소한 선박수를 보유한 해운사를 동맹에 포함시킬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많은 물량의 화주를 데려올 수 있을 때이다. 우리나라는 삼성, LG, 현대차와 같은 국제적으로 최상위권의 수출 물량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화주들이 많은 나라이다.

우리가 해운업에 관심을 두어야 할 이유는 더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입 화물의 99.7%가 선박을 통해 운송된다. 이는 해운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해운산업은 대표적인 외화벌이 산업이다. 2020년 기준으로 해운산업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연간 273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특정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가장 좋은 타이밍은 물살을 거스를 때가 아니라 물살을 타고 갈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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