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숙 소설가
김외숙 소설가

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Niagara On The Lake(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라는 동네에 산다.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 앞을 지날 때 가끔, 나란히 있는 저 폭포 하나 떼어다 산세 좋은 우리나라 어딘가에 옮겨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할 때가 있다.

나이아가라에는 병풍처럼 펼쳐진 미국 땅의 폭포와,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말발굽형의 폭포, 둘이 있는데 특히 미국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지닌 폭포의 장관을 정면에서 즐기려면 캐나다 땅에 건너와야 한다. 미국 땅의 폭포로 관광 수입은 캐나다가 득을 본다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부러워할 크기의 폭포를 지니고도 자기 땅에서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니 나까지 탐을 내는 것이다. 지니고도 지닌 줄 알지 못하거나, 어떤 이유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 어디 나이아가라 폭포뿐일까.

새해의 시작은, 이미 지나간 해의 끝자락을 우리가 밟고 있었던 그때, 계획하고 목표하고 거듭 결심한 후 조심스럽게 맞은 시간의 실현이다. 해마다 공부할 만큼 했고, 일 할만큼 했고, 삶에 충실해야 할 만큼 충실했음에도 한 해의 끝자락 위에서는 늘 미흡하고 초조해서 꼭 이룰 수 있다고 장담도 할 수 없는 새해의 계획이나 결심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 계획 속에, 지닌 것 누리기라는 목표를 둔 분이 혹 있으신가?

여기서 누린다는 것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쾌락을 위함이 아니라, 잔잔한 기쁨, 그리고 당당함이 따르는 가치 있는 어떤 일을 즐거이 한다는 의미다.

우리 속에도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지녔으나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묻어두고만 있는 무엇인가가 꽤 있다. 그것은 개개인이 지닌 특별한 솜씨이기도 하고, 남는 시간이기도 하고 건강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뚝 떼어 우리나라 산세 좋은 곳에다 붙여 두고 싶은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규모는 못될지라도, 시작만으로도 품고 있는 이상의 가치를 발휘할 그 무엇이다.

퇴직 후 병원에서 휠체어 미는 일로 봉사하기 시작했다는 한 지인은, 처음 휠체어를 잡았을 땐, 자신이 휠체어의 주인이 된 듯 의기소침해졌었지만, 이제는 더 잘하고 싶은, 전에는 알지 못한 마음이 샘솟듯 해서 주저하며 시작한 일에 오히려 기쁨을 얻는다고 말했다.

기쁨을 느끼며 할 어떤 일, 우리 속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그런 것 아닐까? 구태여 확인할 필요 없도록 누구나 다 품고 있는 것, 그러나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면 늘 숨어있는 것, 맘먹고 드러내어 나눔으로 함께 누리면 미국 땅의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무엇. 바로, 따뜻한 심정 같은 것.

찾아보자, 우리 속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지니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그 무엇을.

춥고 눈 많은 깊은 겨울, 나누면 더 따뜻할 계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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