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 형 선고 유예

대구고법 제2형사부(정승규 부장판사)는 17일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별거하며 이혼을 논의하던 남편과 자녀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청취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로 기소된 A씨(37·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2014년 10월 B씨와 혼인해 두 자녀를 둔 A씨는 2020년 2월께 부부싸움을 하던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A씨는 주거지를 나와 생활하면서 B씨와 이혼을 논의하게 됐다. 2020년 5월 무렵부터는 A씨는 자녀들과 아파트에 살고 남편 B씨는 원룸에서 지내면서 주말에 자녀들을 만나러 아파트에 왔다가 원룸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했다.

A씨는 2021년 10월 초순께 아파트 거실 책장 뒤에 음성녹음 기능이 있는 CCTV를 설치를 설치했고, B씨의 동의를 받거나 CCTV 설치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A씨와 B씨는 2022년 1월 25일께 이혼협의서를 작성해 대구가정법원 포항지원에 제출했다.

A씨는 2022년 2월 1일 B씨가 자녀의 생일파티를 한 후 아파트에서 원룸으로 돌아가지 않자 크게 다퉜고, 다음날 A씨는 아파트를 나갔다가 2월 4일 아파트로 돌아와 자녀들을 데리고 나가려다가 B씨와 B씨 어머니 및 동생과 실랑이를 하다가 자녀들을 두고 아파트에서 나오게 됐다.

이 일이 있기 전인 2022년 1월 18일부터 20일까지 A씨는 지인 C씨와 자녀들을 데리고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남편 B씨는 C씨가 제주도에서 투숙하던 중 자녀들을 추행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C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경찰관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돼 있던 CCTV 앱을 확인해 남편 B씨와 자녀들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사실을 알고 경찰관에게 알렸고, 경찰관의 요청에 따라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제출했다. 2022년 7월 14일 C씨에 대한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10월 초순께 CCTV를 설치한 데 이어 4개월이 지난 2022년 2월 2일 아파트에서 나오게 됐음에도 남편 B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2월 2일부터 23일까지 17차례에 걸쳐 남편과 자녀들의 대화를 녹음하고 청취한 혐의를 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주경태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8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CCTV 설치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녹음의 대상이 되는 대화의 주체나 상황이 전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소사실에서 정한 녹음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타인 간 대화내용 녹음에 대한 구체적인 고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7차례 가운데 2022년 2월 11일부터 23일까지 6차례 녹음행위는 죄가 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녹음기능을 중단하지 않은 데다 저장기간이 지나기 전에 저장한 녹음 파일을 아동추행 관련 수사를 받은 C씨이 변소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출하도록 한 점 등을 보면 고의로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녹음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또 남편 B씨와 그 가족들이 자신과 C씨를 무고하는 과정에서 결백을 밝히고 B씨가 자녀들을 학대하는 상황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이뤄진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여러 사람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침해됐다”면서 “다만 범행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과 재범의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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