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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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출장지에서 과음으로 몽롱해진 아침
엄마를 닮은 여인이
끓여주는 콩나물국밥을 시켜 먹는다

엄마는 겨울이면 방안에서
콩나물시루에 콩나물을 키우셨다
잠결에 물 흐르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자주 들리곤 했다

동그란 콩이 노란 껍질 모자를 쓰고
베보자기를 들어 올리는 힘을 느끼면서
콩나물시루에 날마다 물을 붓고 또 붓던 엄마는
사랑과 정성으로 콩나물을 키우듯이 나를 키웠을 것이다

자주 물을 주어야 잔뿌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콩나물시루에 틈만 나면 물을 주던
엄마와 이별한 지도 아득해진 세월

한 사발 가득하던 콩나물국밥이 비워지는 동안
얼었던 가슴이 뜨끈해지고
가슴속 그리움이 물소리로 흐르는 엄마

나는 엄마에게 구멍 뚫린 콩나물시루였다.

[감상] 녹두에 싹을 틔워 숙주나물을 먹는 나라는 많지만, 콩나물을 키워 먹는 민족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단백질, 아스파라긴산, 비타민C, 비타민B2 등 영양소의 보고인 콩나물을 우리만 즐겨 애용한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시인은 속 쓰린 타지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콩나물시루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린다. 자식을 키우는 건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는 걸 세상의 어머니들은 일찍이 알고 계셨을까. 밑 빠진 독에 그저 사랑을 붓고 또 부으셨던 걸 보면.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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