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장비 미작동…연기 흡입"
소방당국, 24일 경찰과 합동감식

70대 남성이 포항시 북구 용흥동 소재 A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화재로 숨을 거뒀다. 사진은 화재 당시 모습. 포항북부소방서

한 공간에서 세상과 거리를 뒀던 한 생명이 숨을 거뒀다.

23일 새벽 포항시 북구 용흥동 한 15층짜리 아파트 꼭대기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은 “경찰과 소방당국이 당초 알려진 화재 시간인 이날 오전 5시 12분 이전인 새벽 4시 20분께 도착했으나 곧바로 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화재는 포항시 북구 용흥동 소재 23개동 A아파트 단지 B동 15층에서 살던 A씨(70대) 집에 화마가 덮쳤다.

이웃이던 강모(70대·여) 씨는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오전 4시 55분께 새벽 기도를 가려 했던 강씨는 문 근처에서 소리가 나자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감지했다. 현관문을 연 남편은 바로 맞은 편에서 연기가 자욱했고 채 닫히지 못한 문에서 불길마저 목격했다.

함께 “불이야” 소리치며 정신없이 움직였고 다행히 가동됐던 엘리베이터를 통해 급히 대피했다.

이미 아파트 마당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어수선했다.

주민들은 화재 발생 시각으로 전해진 때보다 일찍 소방당국과 경찰 인원 다수가 현장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바로 소방호스로 물이 뿌려지는 등 작업이 이뤄질 줄 알았지만 소화작업은 즉각 실시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소화전은 수압이 약했고 소방 대피 방송도 적시에 울려 퍼지지 않았으며 비상울림도 제때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

연기를 들이마셔 목 통증을 호소한 주민들도 있었지만 임시구호소라고 마련된 곳은 바로 인근 남자 경로당 1곳, 여자 경로당 1곳 등 총 2곳이었다.

이곳에서 의료진단은 이뤄지지 않았고 별도 의료진도 없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자 주민들은 “불구경 하러왔느냐”고 고성을 외쳤다.

한 주민은 “아파트에 설치된 소화밸브가 미작동됐거나 소방차 물 공급 문제로 인한 장비 미작동 등도 빠른 소화 활동이 진행되지 못한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주민은 “소방호스에 물이 안 나왔다”라고 되짚었다.

이에 소방당국은 우선 소방호스에 물이 안 나온 점은 소방차 호스를 사용할 시 호스를 추가적으로 연장하면서 물이 잠시 끊겼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옥내 소화전은 수압이 1.8㎏ 정도로 고층 진화가 어렵기 때문에 소방차 물로 전환했다는 입장이다.

관계당국은 이날 오전 6시 21분 외부 불길을 초기 진화 완료했고 적치물이 많아 잔불 진화활동을 하면서 인명피해 검색을 실시했다. 이후 오전 6시 51분께 A씨를 발견했다.

화재 발생 3시간 40분 만에 완전 진화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신고 전 출동한 인원은 소방대원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비상벨이 울려 화재를 확인한 아파트 경비원의 신고를 접수 받았다”며 “인근 5가구 정도가 화재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우선 조사됐고 노후된 아파트 소방설비 등을 종합 점검하도록 강화 조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24일에 경찰과 합동감식이 있을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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