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개만큼 충직한 동물이 있을까.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언급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보단 마음을 나눌 개와 동행함이 낫다고. 듀크대 교수 헤어도 강조했다. 개는 자신보다도 당신을 한층 사랑하는 지구촌 유일한 존재라고. 저서 ‘개는 천재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의 조상은 늑대다. 인류가 최초로 길들인 동물로 여긴다. 유럽엔 늑대보호법이 있다. 회색늑대가 그 대상이다. 개는 회색늑대 아종으로 정의한다. 서양 문명 신화는 늑대와 관련됐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 늑대는 고도로 사회성을 지니며 텃세가 심하다.

상호 협동을 통해 대형 동물을 사냥한다. 통상 무리는 12마리 정도로 일부일처인 한 쌍이 이끈다. 특히 사람과 가축을 먹이로 노리면서 위협이 되었다. 일부 늑대는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었고 대신 위험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인류가 개를 곁에 두면서 개는 문화가 되었다.

개는 예술 작품에 자주 등장해 더욱 친근해졌다. 20년 만에 걸인으로 변장하고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를 반겨준 존재는 애견 아르고스. 도미니크수도회에서 도미니크는 ‘주님의 개’란 뜻이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진 폼페이에서 놀라운 유적이 나왔다. 현관 바닥에 깔린 ‘개 조심’ 문구와 그 옆에 개를 그린 모자이크가 그것이다. 개는 영화와 소설에 인기가 많다. 오즈의 마법사 ‘토토’와 해리포터 시리즈 ‘팽’ 그리고 피터 팬의 ‘나나’와 땡땡의 모험 ‘밀루’가 그러하다.

영화 ‘엑시덴탈 러브’에는 젊은 남녀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네요. 동물을 키워 봤나요?’ 남자가 개를 길렀다고 말하자 여자는 자기도 그랬다며 격렬한 키스를 나눈다. 실화에 근거한 작품 ‘화이트 갓’은 소녀와 잡종견이 주역. 엄청난 개떼가 부다페스트 거리를 휩쓰는 스펙터클은 CG가 아닌 실제 장면이라고 한다.

‘존 윅’은 황당무계한 개 복수극을 다뤘다. 남주는 생전의 아내가 아꼈던 강아지를 죽인 조폭들 소굴을 혈혈단신 찾아가 원수를 갚는다. 한데 70명 정도를 파리 죽이듯 잔인하게 처치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지구상 4000종 넘는 포유류가 서식했으나 십여 종만 가축화에 성공했다. 이는 인간 사회에 적응할 자질을 지녔기에 가능했다. 다재다능하고 사교성이 넘치며 지천에 자라는 식물을 먹는 공통점을 가졌다. 개를 동반자 삼아 사람은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미국 작가 잭 런던이 지은 소설 ‘야성의 부름’은 개가 주인공. 저자는 결말을 짓는다. 안락한 문명과 포악한 인간 그리고 거친 야생을 두루 경험한 개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맺는다. 늑대의 후손인 개가 숲으로 돌아감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람에 빌붙어 살면서도 유전자는 잠재할 것이다.

그런 본능이 인명을 해치기도 한다. 언젠가 경기도 남양주시 야산 기슭에서 대형 유기견이 중년 여성을 물어 죽였다.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논란이 일었으나 안락사 절차를 밟았다.

공원에 가면 개를 동행한 산책객이 제법 붐빈다. 생면부지 관계임에도 개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만남이 평화롭다. 근래 개에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살점이 파이고 출혈이 심했다. 때론 길들인 야생도 위협이 된다. 요컨대 펫밀리 사랑은 펫티켓 실천이 우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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