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

전쟁터와 인생살이는 정답이 없다.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여 가장 올바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쟁(싸움)에는 정도(正道)가 없다. 손자는 병법의 첫째가 속이는 것(兵者 詭道)이라 했다. 상대에게 자신의 속내를 들키지 않고, 진심을 감추는 속임수도 전략이다.

적을 이롭게 하여 유인하는 술책을 이이유지(利而誘之)라고 한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나 바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던져 주고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 이후 수없이 써먹은 수법이며, 이 속임수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다.

유인책을 쓸 때 먼저 작은 미끼를 던진다. 상대가 미끼를 물면 적을 신속하게 제압한다. 지체하면 상처를 입고서도 미끼를 토해내고 달아난다. 미끼를 던져 상대를 함정에 빠뜨린 쪽은 함정(陷穽)을 향하여 집중포화를 퍼붓게 되고, 함정에 빠진 쪽은 빠져나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정치판에서, 까닭 없이 무엇을 주겠다고 하면 백 퍼센트 미끼다. 안 받겠다는데도 기어코 들고 오면 이백 퍼센트 함정이다. 함정에 빠져 놓고 함정에 빠졌다고 몸부림쳐도 헛수고다. 함정에 빠진 것이 어리석음이지 착함이 아니다. 함정을 판 상대의 비열함을 나무란다 해도 해결은 되지 않는다.

정치판뿐인가. 유괴범도 미끼를 사용하여 납치한다. 낯선 사람이 접근한다. 수면제 등이 들어 있는 공짜 음료수를 준다. 미끼다. 의심 없이 받아먹어 잠이 들고 차에 실린다. 그다음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한다. 뻔한 코스가 아닌가.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이 접근하여 공짜로 주면 받지 말고 따라가지도 말라고 누누이 당부한다. 그런데도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있다. 짜증 나는 일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사라지지 않는 속임수다.

용병술(用兵術) 역시 속임수다. 동쪽으로 군대를 향하게 하면서 정예부대를 서쪽으로 보내 공격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적군의 충실한 부분을 피하고 허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피실격허(避實擊虛) 역시 속임수다. 전쟁의 목표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을 병도(兵道)라 하여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적은 비용으로 국민을 적게 희생시키고 승리하려고 속임수의 전략을 쓰는 것이다.

기선제압(機先制壓)이란 말이 있다. 운동 경기나 싸움에서, 상대편의 세력이나 기세를 먼저 억눌러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판에서 각 정당이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기선제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치판은 달라야 한다. 국민을 잘살게 하는 정책대결로 승부를 가려야 한다. 비열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시점에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선물(膳物) 문제가 등장했다. 핵심쟁점은 지난해 11월 불거진 명품가방 사건이다. 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자꾸 왜 사 오느냐”, “자꾸 이런 거, 안 해, 정말 하지 마세요”라고 사양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가방을 돌려받지 않았다는 최 목사의 주장이다. 김건희 여사에게 힘들게 한 방 먹이려는 공작이다.

유다는 예수를 팔았고, 베드로는 세 번 부인했다. 다른 제자들도 예수를 못 박는 처형장에 나오지 않았다. ‘오십 보, 백 보’다. 예수의 제자도 믿을 수 없는데, 두 얼굴의 악덕 목사에게 말려들다니. 牧師라는 이름도 서글프다.

순진함은 모자람과 통한다. 영부인이라면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인간말종을 몰라본 책임이 있다. 사단(事端)을 만든 사람이 해명하는 것이 옳다. 정치에 두 얼굴 목사의 비열함이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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