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애 가장 큰 무대에서 두 경기를 무사히 끝낸 것만으로도 1차 목표는 성공한 셈입니다. 준결승 이후에도 휘슬을 분다면 그건 좋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겠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부모의 손에 이끌려 남자축구 준결승 경기를 지켜봤던 어린 소녀가 20년이 흐른 뒤 맞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포청천으로 빅매치를 훌륭하게 치러냈다.

이번 올림픽에 남자축구 주.부심 48명과 여자축구 주심 12명, 부심 24명을 통틀어 축구 심판 중 최연소인 홍은아(28)씨 이야기다.

홍은아씨는 나이가 가장 어린데도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6일 여자축구 홈 개막전이었던 중국-스웨덴전 주심을 깔끔하게 봤다. 3만8천여명이 찾은 톈진 올림픽스타디움이 홍씨의 올림픽 데뷔 무대였다.

홍씨는 12일에는 브라질-나이지리아 간 F조 최종전에서 휘슬을 불었다.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노동자스타디움 스탠드에는 관중 5만1천여명이 가득 찼다. 홍씨는 주눅 들지 않고 특유의 칼날 같은 판정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많은 관중이 부담이었지만 휘슬과 함께 경기에 집중했고 수원월드컵경기장과 같은 분위기여서 오히려 편안했다"면서 "특히 브라질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자 축구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한 남자와 달리 성인팀들이 경쟁한다. 스피드가 훨씬 빨라진 게 최근 여자축구의 세계적인 흐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 여자 월드컵 때 주심 후보로 뽑히고도 마지막 단계에서 아깝게 탈락했던 아픔이 있었던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15일 열리는 스웨덴-독일 간 8강전 대기심을 배정받았다. 이미 두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에 만족하고 준결승 이후 경기까지 주심을 본다는 더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 러프버러대학에서 스포츠정책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올림픽이 끝난 뒤 돌아가 남은 학사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

국제축구연맹(FIFA) 같은 스포츠 기구에서 일하는 게 꿈인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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