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이점을 인정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네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탁구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남규(40) 코치는 16일 베이징대 체육관에서 중국과 준결승 경기가 끝난 뒤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에 0-3으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 때문이 아니다. 유 코치는 오히려 "첫 경기를 이겼다면 잡을 수 있는 경기였는 데 너무 아쉽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고 팽팽한 경기 내용은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유 코치를 자극한 건 '짜∼요(加油)' 응원단의 극성 텃세 응원 탓이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중국 응원단은 6천200여석을 가득 메운 상황에서 중국 선수들을 열렬하게 응원했다.

그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다. 홈 어드밴티지는 어느 곳이나 있기 마련이고 자국 선수가 잘 싸워주기를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기본 상식을 벗어난 응원 방식이다.

관중은 자발적으로 오성홍기를 휘두르거나 힘찬 목소리로 선수들을 연호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응원은 일사불란하지 못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최대 승부처였던 1단식 오상은과 중국 마린 선수 간 경기 중간 중간에 갑자기 장내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이 아나운서는 마이크를 통해 양국 선수들을 응원하라고 독려하면서 계속 '짜∼요, '짜∼요'를 외쳐댔다.

대형 멀티비전에는 박수를 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고 금세 응원은 거대한 함성으로 바뀌었다. 중국 응원단을 선동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한국 선수들로서는 장내 아나운서의 유도성 응원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유승민-왕하오 간 경기 사이에도 이런 응원은 계속됐고 파도타기까지 등장했다.

벤치를 지키던 중국 코치진까지 스탠드를 향해 손을 저으며 응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양궁장에서 중국 관중이 한국 선수가 활 시위를 당기려고 하는 순간 호루라기를 불거나 괴성을 질러 방해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유승민도 경기 후 "홈 이점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공을 치는 순간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장내 아나운서까지 동원돼 응원을 부추긴 건 매너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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