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북부에 자리한 인구 280만명의 소국 자메이카가 마침내 미국을 누르고 단거리 최강국으로 도약했다.

자메이카는 16일 끝난 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결승에서 세계신기록(9초69)을 세우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거듭난 우사인 볼트(22)를 앞세워 타이슨 게이(26)가 버틴 미국을 누르고 남녀 통틀어 올림픽 이 종목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여자부 100m에서도 케런 스튜어트, 셰런 심슨, 셸리 앤 프레이저가 1~3위로 준결승을 통과해 남자부와 동반 우승을 달성할 공산도 크다.

자메이카는 육상 단거리에서는 최강 미국에 버금가는 강국이나 올림픽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남자 100m에서 은메달만 3개, 동메달 1개를 땄던 자메이카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돈 쿼리가 은메달을 목에 건 이래 이날 32년 만에 시상대에서 국기가 올라가는 걸 구경했다.

여자부도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에 머문 '비운의 여왕' 멀린 오티(48.현 국적 슬로베니아)를 생각하면 불운한 과거를 금세 떠올릴 수 있다. 역대 100m 성적은 은 3개, 동 2개다.

자메이카 출신 남자 선수 린퍼드 크리스티와 도노번 베일리가 각각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대회 1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이들의 국적은 새 터전 영국과 캐나다로 바뀌어 있었다.

그랬던 과거를 베이징에서 일거에 털어냈다. 수훈갑은 전날까지 세계 1-2위 기록을 보유했던 볼트와 아사파 파월(9초74) 덕분이었다. 이들은 수년간 공을 들인 자메이카 육상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슈퍼스타들이다.

자메이카 육상 영재들은 그동안 국적을 옮기는 방식으로 가난과 자신의 뛰어난 기량을 맞바꿨다.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자메이카 선배 육상인들은 영재들이 미국 또는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4년제 스프린터 전문대학을 세웠고 현재 280여 '총알'들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역시 가난을 탈출할 손쉬운 길로 육상을 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감춰진 진주'도 많다.

당장 성과보다 잠재력 있는 유망주를 발굴해 지도자들의 혜안과 지도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선수 개개인이 지닌 선천적인 순발력과 유연성까지 합쳐져 삼위일체가 됐고 지금의 볼트 같은 '인간 탄환'들이 탄생했고 마침내 세계 육상사에 큰 획을 그었다.

현재까지 도핑에 적발된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약물 사용에서도 깨끗해 자메이카의 이번 금메달은 순도 면에서 큰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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