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고양시청)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역도는 단순히 힘을 쓰는 듯한 종목 같지만 첨단 스포츠 과학이 오롯이 녹아있다.

장미란은 나날이 발전하는 스포츠 과학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해 금메달까지 목에 건 대표적인 경우 가운데 하나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연구원들은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장미란이었지만 그동안 바벨을 들 때 동작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따라 과학적인 분석을 진행했다.

근육 활동을 분석하는 EMG(근전도 분석법)를 실시한 결과 KISS는 장미란 다리 근육의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장미란이 바벨을 들어 올릴 때 자꾸 오른 다리를 뒤로 빼는 잘못된 습관을 발견한 것.

당시 검사를 담당했던 문영진 생체역학 연구원은 "장미란이 실험에서 바벨을 들어올릴 때 오른 다리를 뒤로 10cm 정도 빼는 것은 근력이 약하기 때문에 생긴 버릇"이라며 "잘못된 동작을 바꾼다면 현재 세계기록보다 최소 10kg을 더 들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근력에 대한 정밀 테스트 결과 장미란이 오른 다리 근력이 약해 뒤로 뺀 다는 점을 알아낸 KISS와 역도 대표팀은 이후 좌우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 장미란의 잘못된 동작을 서서히 고쳐 나갔다.

초반에는 좌우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지만 장미란은 1년여 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점차 안정을 되찾았고 이후 실력도 꾸준히 늘었다.

3차원 척추 운동기구도 이용해 앞뒤, 좌우 근육의 완벽한 균형을 잡아내기에 이르렀다.

과학적 분석이 깃든 스포츠 용품도 장미란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발과 경기복, 손에 바르는 탄산마그네슘 등 역도 관련 용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한 한 점도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역도는 무거운 하중을 견뎌야 하는 특성상 선수들은 뒷굽이 딱딱한 재질로 제작된 신발을 신는 것이 좋은 데 대표팀은 개인당 밑창 중간에 내구성이 강한 특수 재질이 들어있는 신발 두 켤레씩 보유하고 있다.

장미란은 비롯한 역도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을 앞둔 올해 봄부터 이 신발을 신고 국내서 적응 훈련을 해 왔다.

현지에 도착해서는 바벨을 잡기 전 미끄럼 방지를 위해 손바닥에 묻히는 탄산마그네슘도 지난 3일 선수단을 통해 국산을 공수하기도 했다. 현지 훈련장에서 쓰던 분말을 바르고 바벨을 들어올린 역도 선수단은 초반에는 손에 잡히는 느낌이 달라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지만 국산 탄산마그네슘으로 바꾸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코칭스태프는 전했다.

물론 장미란이 흘린 땀이 금메달에 가장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는 스포츠 과학의 도움으로 지난 달 훈련 도중에는 비공인 세계기록까지 세워 금메달 가능성을 더욱 높이더니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목표까지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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