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남녀 100m를 모두 제패하고 미국의 독주 시대를 끝냈다.

16일 '썬더볼트' 우사인 볼트(22)가 9초69의 세계기록 및 올림픽 기록을 작성하며 남자 100m를 우승한 데 이어 17일에는 셸리 안 프레이저(22)가 여자 100m 결승에서 10초78로 정상을 밟았다.

이로써 자메이카는 남녀 1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함과 동시에 미국을 누르고 동반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메이카의 단거리 시대를 활짝 열었다.

특히 여자 100m에서는 결승에 진출한 자메이카 선수 세 명이 메달을 싹쓸이하며 역시 세 명이 결승에 오른 미국을 무참히 박살냈다.

준결승에서 11초00을 찍고 결승 진출자 8명 중 1위에 올라 4번 레인을 배정 받은 프레이저는 9만1천석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 좌석이 가득찬 가운데 벌어진 결승 레이스에서 스타트는 늦었지만 15m 지점부터 무서운 스퍼트로 쭉쭉 치고 나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올해 10초85가 최고였던 프레이저는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금메달에 키스했다.

2레인의 셰런 심슨(24)과 7레인의 케런 스튜어트(24)는 10초98을 찍었고 정밀 사진판독결과 똑같이 골인했다고 인정돼 공동 은메달을 수상하게 됐다.

미국은 올 시즌 10초78로 가장 좋은 기록을 낸 토리 에드워즈(31)를 필두로 무나 리(27), 로린 윌리엄스(25) 등 세 명이 출전했으나 초반 레이스에서 완전히 밀리며 윌리엄스가 11초03으로 4위, 리가 11초07로 5위에 오르는데 그쳤다. 에드워즈는 11초20으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윌리엄스가 출발 반응속도 0.149로 가장 빨라 기대를 걸어볼만했으나 스퍼트 폭발력에서 자메이카 3인방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했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 이 종목에서 율리아 네스테렌코(벨로루시)에게 1위를 내줬던 미국은 2회 연속 우승을 놓치면서 최강의 아성이 완전히 깨졌다.

자메이카는 남녀 200m 모두 미국보다 강세여서 2인자의 설움을 한꺼번에 씻어낼 수 있는 좋은 찬스를 맞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나란히 3번씩 우승한 신구황제끼리 대결로 관심을 모은 남자 10,000m 결승에서는 현역 최강 케네니사 베켈레(26.에티오피아)가 27분01초17초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같은 팀 선배이자 전 챔프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5.27분06초68)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4분26초) 보유자이나 천식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이번 올림픽 마라톤에는 불참하고 10,000m에 올인한 게브르셀라시에는 6위에 그쳐 세월의 무상함을 탓했다.

처음으로 도입된 여자 3,000m 장애물달리기에서는 러시아의 굴나라 갈키나-사미토바(30)가 8분58초81로 우승, 조국 러시아에 육상에서 두 번째 메달을 선사했다.

여자 세단뛰기에서는 카메룬의 프랑수아즈 음방고 에톤(32)이 15m39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은메달), 아테네올림픽(동메달)에 이어 세번 연속 출전한 타티야나 레베데바(32.러시아)는 15m32로 7㎝가 모자라 또 은메달에 머물렀다.

남자 해머던지기에서는 프리모즈 코즈무스(29.슬로베이나)가 82m02의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우고 정상을 밟았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이 종목을 정복했던 무로후시 고지(34.일본)는 80m71로 5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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