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
소똥을
탁구공만하게
똘똘 뭉쳐
뒷발로 굴리며 간다
처음 보니 귀엽고
다시 보니
장엄하다
꼴을 뜯던 소가
무심히 보고 있다
저녁 노을이 지고 있다
<감상>최선을 다해 세상을 부딪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은 드물다. 그러나 생이란 만만치 않아 최고의 열정과 지혜를 다 쏟아붓고도 무릎 꿇는 경우를 우리는 본다.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똥, 그 소똥을 최선을 다해 굴리는 쇠똥구리의 노동이 장엄하다. 소조차 풀을 뜯다 말고 무심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보잘것 없는 것에 생의 의미에 부여한 시인의 이 시야말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진은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