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곡사, 선덕여왕 피부병 고친 약수·고란초 군락지로 유명
산림문화수련장, 데크로드 새단장…휠체어·유모차 접근 편리

천곡사 경내 풍경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데도 일에 치여 모르고 살고 있다면, 혹은 가로수 잎이 떨어지는 정도로만 가을을 느끼고 있다면 주말에는 나들이에 나서자.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고도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에 위치한 도음산. 풍부한 경관과 함께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도음산 자락을 안고 천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져 내려온 천곡사와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까지 자리해 있어 가족들과 함께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음산 일대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을 사이에 두고 공방을 벌였던 격전지로도 알려져 있다.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은 산림문화수련장 내 기념비에만 남아있을 뿐, 주변은 온통 한적하게 우거진 신록만이 자리잡고 있다.

선덕여왕 피부병을 치료했다고 전해지는 약수가 솟는 천곡사 석정

또한 천곡사 계곡은 천혜의 자연 보고이기도 하다. 2001년 천곡사 아래 1.2km에 이르는 계곡에서 수백 포기의 대규모 고란초 군락지가 발견돼 이목을 끌었다. 고란초는 충남 부여읍에 있는 고란사(皐蘭寺) 뒤의 절벽에 자라고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해마다 그 수가 줄어 멸종 위기 식물 제99호로 지정돼 있다.

포항에서 영덕·울진 방면으로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첫 번째 고개를 넘으면 달전 네거리가 나온다. 네거리에서 삼보 드림타운 방면으로 좌회전, 5분여를 더 달리면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이 모습을 드러난다.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원 데크로드

도음산으로 향하는 길에는 온통 누렇게 익은 벼와 간간이 자리잡은 억새풀, 코스모스 등이 펼쳐져 있어 가을을 실감케 한다. 산림문화수련장에서 2km를 더 가면 왼쪽에 천곡사 주차장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경내에는 차를 가져 갈 수 없으니 잠시 주차장에 세워두자.

△ 천곡사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원 전경

천곡사의 창건은 신라 제27대 선덕여왕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부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던 선덕여왕은 좋다는 약은 다 써봤지만 효력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신하가 여왕님께 아뢰기를 "동해안 천곡령이라는 고개 아래에 효험이 묘한 물이 솟아나 세상 사람들이 일컫어 만병통치의 영험한 약수라 하오니 일차 가시어 목욕을 해보심이 어떠하겠습니까?"고 했다. 이에 선덕여왕이 현지에 가서 며칠 묵으면서 목욕을 하고 나니 피부병이 완치됐다고 한다.

서라벌로 돌아온 왕은 천곡령 밑 영수의 효력에 감복해 자장율사로 하여금 절을 짓도록 하고 그 이름을 천곡사라 했다고 전해진다. 경내에는 당시 13동의 건물이 있어 그 위엄이 대단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6·25때 북한군의 포화에 맞아 소실되고 현재는 법당과 요사만 남아 있다.

경내에 들어서니 두 마리의 개가 반긴다. 큰 삽살개의 이름이 '해탈', 검은색의 작은 개는 '피안'(불교에서 이상적 경지를 뜻함)이라고 부른단다.

아담하지만 단아한 매력을 풍기는 관음전이 보이고, 산 밑으로 시선을 돌리니 멀리 포항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옛부터 천곡사에서는 포항 앞바다와 호미곶이 내려다 보인다고 했다는데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다.

천곡사에는 선덕여왕의 피부병을 치료했던 약수가 든 석정(石井)이라고 불리는 자연우물이 남아 있다. 이 우물은 정월대보름이면 물이 용솟음을 쳤으며 가뭄이 아무리 심해도 물이 마르는 법이 없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경당 뒤로 무성한 풀을 헤치고 오르면 대나무숲 사이에 숨겨진 부도군을 만날 수 있다. 9개의 부도(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묘탑) 중에는 천곡사에서 주석했던 서산대사의 법손 7대손과 8대손의 부도도 있고, 법맥에 오르지 않은 9대손으로 추정되는 이의 부도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를 누렸던 천곡사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여기까지 와서 선덕여왕도 효험을 봤다는 약수를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다. 천곡사 입구에 들어서는 다리를 건너기 전 아래로 내려가면 약수터가 나온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약수에서 톡 쏘는 맛과 함께 시큼하고 떫은 맛이 난다.

△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

포항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은 지역 최초로 산림문화·휴양시설이 마련된 곳이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장애우, 노약자, 어린이 등 누구나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7년부터 조성했다.

넓게 펼쳐진 수련장 내에는 놀이 및 운동시설, 휴식공간 등이 여유롭게 마련돼 있다. 평일에는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의 체험 장소로, 주말이면 가족들의 휴식장소로 입소문이 났다.

특히 이곳에는 유니버셜 디자인(무장애 편의시설)을 적용한 데크로드 형식의 숲길이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나무로 만든 평평한 길을 지그재그로 재미있게 연결한 데크로드는 장애우를 위한 숲길이 전무한 현실이 안타까워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데크로드를 이용하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우도, 유모차를 끌고 오는 주부도 쉽게 숲을 느낄 수 있다.

데크로드를 따라 오르면 작은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는데, 그리 높은 위치는 아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또 전망대 위쪽으로 가벼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마련돼 있다. 정상이 그리 높지 않은 데도 멀리 영일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림욕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심폐기능 강화효과 등 피로에 지친 심신의 활력을 되찾게 해준다. 숲에서 발생하는 정유물질은 심장 등 순환기 계통에 좋으며 혈압을 내리고 중추신경을 자극해 진정작용을 하기도 한다.

포항생명의숲(273-1138) 등에서 정기적으로 숲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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