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토박이…작년 10대 1 경쟁률 뚫고 경감 승진 '이목'
'어린 나이' 여성 간부 어려운 점 있지만 사건 해결 보람

김혜은 포항남부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경찰 간부로서 사회의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경찰이라고 해서 딱딱한 이미지의 형사들만 떠올린다면 고정관념을 버리자. 포항남부경찰서 김혜은 지능범죄수사1팀장(28)은 마른 체형에 미인형의 얼굴, 조곤조곤한 말투로 경찰서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포항 토박이인 김 팀장은 제철고(16회)와 경찰대(19회)를 졸업한 후 포항북부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경감으로 승진하면서 남부서로 옮겼다. 승진 당시 도내에서 1명 뽑는 수사과 경감 자리, 1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당당히 합격해 '우먼 파워'의 진수를 보여줬다.

지능1팀은 선거와 시위, 공직사건 등을 맡는다. 집회가 있는 날은 집에 못 들어가기 일쑤다. 이렇듯 어린 나이에 여자라는 핸디캡을 갖고 임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전체 6명인 팀원들도 팀장인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 형사라는 이미지가 어울리는 아저씨들이다."팀원들 모두 남자고,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지만 워낙 잘 따라주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어요. 그저 '우리 팀장님 결혼해야 되는데'라고 놀리면서 걱정해 줄 뿐이죠.(웃음)"

또래의 남자들이 순경인 것에 비해 팀장이라는 높은 직급에서 일하기 쉬울 리 없다. 수사과 11개 팀 중에서도 유일한 여자팀장인 그는 "팀원을 지휘하고 여러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일의 특성상 정답이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만큼 일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그저 든든한 팀원들을 믿고 일할 뿐이라며 웃는다. 이쯤 되면 왜 경찰을 택했는지 궁금해진다.

"여자의 입장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자기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던 중,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경찰조직에서 여자 간부라는 위치가 생소하지만 그래서 더 가치 있는 것 같아요."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다부진 체력에 경찰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더해져 고등학교 때부터 경찰을 꿈꿨다고 한다. 여기에는 선배 경찰 이모씨의 영향도 컸다. 그는 지난해 11월 모교인 제철고 초청강연 때도 후배들에게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노래를 틀어주며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강조했다. 맹목적으로 남을 쫓아가기보다 본인의 적성을 일찍 깨달아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그동안 굵직굵직한 사건을 잇따라 해결하며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는 그는 이제 경찰에도 여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부서에서도 유일한 여성팀장, 지금처럼 유연함으로 팀원들과 합심해 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할 것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