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편집부 기자)

구세군 종소리가 다시 연말이 시작됐음을 알린다. 한해의 끝에서 으레 찾아오는 낯 익은 풍경. 사람들의 조그만 정성들이 쌓여갈 때마다 종소리는 더욱 청아해 진다.

지난 8일부터 24일까지 전국 213개소에서 동시에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구세군 모금, 지난 한해동안 모금액은 모두 30여억원이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유아복지시설 30개, 아동복지시설 5개 등 57개 구세군 사회사업 전문 시설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2~3명씩 팀을 이룬 구세군 자선냄비가 설치된 곳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코 묻은 동전에서부터 제법 큰 액수까지 자선냄비함을 채워 나간다.

포항 시외 터미널 행길. 남루한 차림의 노숙자들이 행인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 곳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노숙자들은 대략 5~10명. 이외에 포항역, 고속버스터미널 등 자신들의 몸을 잠시 가눌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면 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의 하루 일과의 시작은 제법 순진해 보이는 행인들을 찾아 내고 동정심을 불러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부 노숙자들은 하루 끼니중 일부를 시내 무료급식소 등에서 해결하기도 하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컵라면 하나로 식사를 대신한다.

한 노숙자가 20대 청순한 아가씨를 표적으로 삼고 붙잡아섰다. 가능하다면 동전 몇잎을 건네 달라는 소리지만 아가씨는 그 사람의 덕지덕지한 외모를 보고는 이내 도리질 치며 지나갔다. 바람을 맞은 노숙자가 엉거주춤 돌아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담배 장초를 찾는다.

잠시후 다시 40대 정장차림 신사가 지나가자 담배 라이터를 핑계 삼아 그를 붙든다. 이번엔 성공한 듯 빛나는 500원 짜리 동전이 손에 들려져 있다. 부리나케 주머니 속으로 동전을 감추고는 또다른 대상을 찾는 눈치. 일부 행인들은 멀리서 노숙자들을 발견하곤 길을 우회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전략적인 면에서 구세군은 걸인을 분명 앞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갈한 외모와 신뢰가 가는 공조직의 자선 모금은 정말 어렵고 외로운 이웃들에 듬뿍 사랑을 전할 것 같다.

지역 방송, 신문사에도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대기업 공공기관에서는 행사기간을 정하고 사랑의 김장, 사랑의 연탄 등 이웃돕기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바로 우리 곁을 지나는 이 허름한 이웃들에게 동정을 보내기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서 무언가 허전함을 느낀다. 하루하루가 모진 삶의 현장이 된 이들에게 싸늘한 겨울은 더욱 힘들기만 하다. 지금의 형편이 그들 각자 삶의 결과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순간만은 우리들의 가장 가난한 약자임에도 틀림없다. 구세군의 따뜻한 자선냄비에 담아준 시민들의 온정의 이중 일부라도 코앞의 이웃들에게 전해지는 모습은 볼 수 없을까 생각해 본다.

다른 한편 공공기관으로 쌓여진 성금들은 삶의 최전방에서 애타하는 이들에게 적기적시에 전달되고 있는지도 못내 궁금하다. 무엇보다 지자체 사회단체 등 뜻있는 기관에서 이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사후 대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곳저곳을 떠도는 노숙자들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고 따뜻한 이웃들이 함께 하는 그런 연말이 서둘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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