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홍(수필가)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이다. 스승이 돌 하나를 주면서 "이것을 저자 거리로 가지고 나가서 팔려고 내어놓되 팔지는 마라" 고 하였다. 그 말을 명심한 제자는 저자 거리로 나가 흰 보자기 위에 그 돌을 얹어놓고 종일토록 앉아서 기다렸다.

많은 사람이 보고 지나쳐 갔다. 해질녘이 되었다. 한 사람이 오더니 그 돌을 팔겠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 하였더니 천 원을 주겠다고 하였다. 대답을 않고 그냥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이 오 천원을 주겠다고 하였다.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이 보고는 만 원을 주겠다고 하기에 대답을 않고 있으니 오 만원, 십 만원 하며 자꾸만 값을 올리는 것이었다. 계속하여 묵묵부답 하였더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나중에는 백 만원을 주겠다는 사람까지 나왔다. 그 제서야 제자는 이 돌을 팔려고 온 것이 아니라 값을 한 번 알아보려고 나왔을 뿐이라며 보자기에 도로 싸는 것이었다.

물건 값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올라가고 그와 반대 현상일 때는 내려가므로 물건 값은 항상 일정하지가 않다. 하찮은 돌 하나에도 변화무상하게 값이 정해진다.

사람도 값이 있을까. 사람에게도 값이 있다면 그것은 물건 값처럼 상대적 가치보다도 개체가 지니는 절대 값일 것이다. 인품, 인격, 품위, 품격이라는 말로 불리는 인간의 절대 값은 어떻게 정해질까. 사람의 값은 입의 무게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하니 사십여 년 직장 생활을 통하여 터득하고 나름대로 결정지어 본 공식이다.

언행이 조화롭고 균형을 이룰 때 품격이 상향된다. 말이 많거나 앞서거나 과장되면 인간의 품격은 그 만큼 하락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유형의 사람을 보아 왔다. 평범한 이야기도 길게 하는 사람이 있고 짧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예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의 성과를 남에게 돌리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입만 벌리면 '내가'로 시작하여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름 없는 돌도 감추고 감출 때 그 값이 올라가듯이 사람의 값도 몸소 들춰 내지 않을 때 올라간다.

요즈음은 자기 PR시대라고 하여 자랑을 수월하게 하는 사람이 많다. 기업이나 직장, 단체의 활동상을 소개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PR을 해야 한다. 개인 간의 교류에서는 다르다. 장황한 자기소개는 아무래도 저속하게 느껴진다.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 PR이라지만 자신을 소개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짧을수록 좋다.

아무리 잘 해도 본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자기 자랑이다. 전입해 온 동료가 한 사람 있었다. 자기 노래 솜씨가 훌륭하다면서 애창곡까지 소개하는 것이었다. 노래방에서 들어 본 그의 솜씨는 대단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동을 주지 않았다. 차라리 그의 실력을 사전에 몰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자랑거리가 많을수록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자랑거리가 많다하여 반드시 훌륭한 사람도 아니다. 비교적 열등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랑을 많이 한다. 아무리 훌륭한 공적도 감추어 두었을 때 돋보인다. 묻지도 않는 자랑을 늘어놓는 것처럼 천박함도 없다. 생각지도 않았을 때 터지는 것이 대박이다. 예상 밖일수록 큰 감격을 맛볼 수 있다. 겸양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여러 겹으로 감추어두었던 공적이 많은 이들이 쪼아대는 입질로 찢겨지고 삐져나올 때 더욱 빛이 난다.

'작가는 작품으로써 말한다.' 이는 스승이신 Y교수님의 말씀이다. 그렇다, 알 찬 사람은 말로써 무게를 채우지 않는다. 작가는 작품으로써 말하고, 선수는 기록으로써 말하며, 학자는 논문으로, 정치가는 정책으로, 공직자는 봉사와 실적으로, 기업은 제품으로써 말해야한다. 모든 사람은 행동으로써 말 할 때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자신의 값이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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