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야마 자전거천국을 가다

자전거로 등교하는 후쿠야마시 중고등학생

포항시는 60~70년대, 일명 병아리부대라고 불리는 노란 작업복차림의 자전거 물결이 거리를 수놓는 것이 대표적인 거리의 풍경이 될 만큼 포스코 출퇴근을 하는 노동자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는 전설이 되었다. 고유가 시대와 심각한 환경문제가 제기되면서 새롭게 자전거 타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일본의 선진 자전거 문화 도시 후쿠야마(福山)를 찾아 훌륭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구 46만 후쿠야마시의 19만 가구에는 38만대의 자전거가 보급돼 있을 정도여서 1집당 자전거 2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후쿠야마시의 자동차 등록 대수가 37만5천대인 것에 비해서도 자전거의 보유 대수가 자동차 대수보다 더 많다. 집집마다 자동차 주차장과 함께 자전거 주차장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자전거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후쿠야마 시민들

후쿠야마 시민들의 자전거 타기는 생활화 돼 있다.

초등학생들은 거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이내에 학교가 있어서 걸어서 등하교를 한다. 그러나 중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자전거로 통학한다.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는 걷는 것이 보통이지만 좀 먼 곳에 있는 학생들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등하교한다.

후쿠야마성 북쪽에 있는 조후쿠중학교(城北中學校)는 학생 700명 중 40%가 자전거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가까운 거리여서 걸어서 등하교 한다.

후쿠야마 역 자전거 유료주차장 에스컬레이터

일반인들도 시장을 보러 가거나 백화점에 갈 때 자동차 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후쿠야마시에는 유료 자전거 보관소가 운영되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을 뿐 아니라 대형 쇼핑센터 주변이나 큰 건물 가까이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도로와 주차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후쿠야마시에는 모두 27개소의 자전거 주차장이 있으며 1만대 정도의 주차가 가능하다. 또 고속철도인 신칸센(新幹線)이 지나가는 고가철교 아래의 공간을 자전거 주차장으로 활용, 역 주변에 총 3천700여대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또 도심의 큰길가에도 노천 자전거 주차장을 마련해 두고 있어서 쉽게 자전거를 주차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신호 대기 중인 대부분의 차가 경차인 후쿠야마시

후쿠야마시 모토마치(元町)의 텐마야(天滿屋)라는 백화점 앞에는 300여대의 자전거를 무료로 댈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주변에도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어 놓아서 백화점을 이용하는 주부들이 항상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평상시에도 개방이 돼 있어서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들로 꽉 차 있다.

후쿠야마 역 앞의 지하 공간을 이용한 유료 자전거 주차장에는 항상 자전거가 가득 차 있다. 총 737대의 자전거 주차가 가능한 이곳에는 먼 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와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70~80% 이용하고, 일반인들도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보관해 두었다가 사용한다. 이 유료 주차장은 지하에 있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는 것도 특색이다.

이 주차장은 시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은 월1만5천원, 일반인은 2만5천원 정도의 비교적 비싼 보관료를 내야한다. 1회 이용료는 1천200원 정도. 이처럼 비교적 비싼 요금을 받고 있지만 항상 만원사례여서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후쿠야마시는 시 전체의 자전거 주차장 관리에 연 4억5천만엔 정도의 예산을 투입한다. 큰길가의 자전거 주차장 관리는 인근 경노당의 노인들이 낮 시간 동안 맡아서 하고, 시에서 경로당에 실비의 관리비를 준다.

후쿠야마시의 자전거도로는 사실상 인도와 구분이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인도보다 훨씬 폭이 넓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과 보행자가 불편을 느끼는 일이 거의 없다. 시내 간선도로의 횡단보도에는 폭1.5m의 자전거 횡단로를 따로 표시해 놓아 길을 건너는 사람과 자전거 이용자가 부딪히지 않게 해 놓았다. 300m정도의 자전거 시범도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자전거도로가 갖춰야 할 최적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각종 안전 표지판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게 분리선을 그어 두어서 깨끗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안전하다.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가 국도이기 때문에 정부와 현, 후쿠야마시가 위원회를 만들어 예산을 확보하고 자전거 시범도로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후쿠야마시에는 자동차 등록 대수가 37만5천대 정도 인데 이중 경차가 14만대를 넘는다. 화물차와 영업용 차량을 제외하면 거의 절반 정도가 소형차나 경차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들을 보면 60~70% 정도가 소형차이거나 경차인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차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의 보급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연비가 뛰어나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보급을 권장하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야시 고지(林浩二) 후쿠야마시 시민국 시민정책과장은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편이를 위해 시는 대대적인 자전거 주차장 정비를 하는 한편 자전거 시범도로를 확충해 시민들이 더 많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며 "자전거 타기는 환경을 지키는 일일 뿐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4대강 살리기 1차 개발이 완성되는 2011년까지 주요 강변과 해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만들 계획이다. 경북도 역시 '경북 바이크 네트워크'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올해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9천500억원을 투입해 동해안과 낙동강을 기반으로 자전거 네트워크의 중심 거점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포항시도 전문 용역기관에 효율적인 자전거 도로 구축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두고 있고, 7월말께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해 체계적인 자전거 행정을 펼칠 계획이다. 이 기회에 포항은 물론 경북 전역이 자전거 천국이 되는 기반을 착실히 구축해 환경도 보호하고 시도민의 건강도 함께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