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본부 장영훈 기자

학생건강체력평가제(PAPS)의 취지는 멋지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기존 체력장을 없애고, 학생들의 체력저하와 비만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됐다. 측정에만 그치지 않고, 운동 처방까지 제공한다.

당연히 PAPS가 제 기능을 하려면 장비가 중요하다. 정확한 기록 측정이라는 바탕 위에 제대로 된 통계와 운동 처방이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상황은 묘하다. 늘 그렇듯 소위 정부의 '눈먼 돈'을 챙기려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자격도, 기술도 형편없다고 지적한다.

능력이 없으니 로비를 한다. 도교육청의 경우 교육감을 비롯해 관련 부서 직원 등 연줄을 총동원,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것이 PAPS의 시·도교육청 예산을 모두 합하면 53억2천여만원에 이른다. 2010년 중학교, 2011년 고등학교까지 확대 시행되면 예산은 훨씬 늘어난다.

그러나 교육청의 대처 방식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원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측정장비 구입 고려사항 등 정부가 인증한 제품을 사용토록 공문을 보내고, 학교별 제품선정위원회를 구성토록 한다는 게 전부다.

로비 가능성이 높지만, 장비 구입 권한을 학교장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청 설명이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고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장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이미 경기도에서 실패했다. 가장 비싼 체지방 분석기를 구입하는 대가로 리베이트가 오갔고,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문가 식견이 없는 일선 학교가 자칫 비효율적인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다. 부정확한 측정으로 인해 효과적인 운동 처방이 힘들어져 예산 낭비는 물론 학생 피해까지 우려된다.

여기다 학교별로 다른 측정 장비를 사용할 경우 측정 오차가 발생해 객관적인 통계도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도교육청은 공개입찰을 통한 조달 구매 방식을 꺼리고 있다. 상급 기관이 특정 업체를 밀고 있다는 등의 구설수에 오르기 싫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교육청은 가장 비싼 체지방 측정기는 조달 구매할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장비 비교와 성능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시연회가 절실함에도 교육청은 비용과 각 학교의 자율성 저해를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현듯 논어 '위령공 편'에 "허물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허물이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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