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호 <대구보건대 금융제테크정보과 교수>

어찌 된 일인지 군의 사고가 한 번 일어나기 시작하니 그칠 줄 모르고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안 일어난 일들이 공교롭게도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과거에도 일어났지만 언론에 안 나타났을 뿐인지 모를 일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라고 훈련병 시절에 목이 터지도록 불렀던 그 군가를 “부모형제 내 걱정에 단잠을 깨운다”로 부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이 되었다.

훈련소에서 ‘인분’이니 뭐니 해서 인권유린과 기강해이 보도가 나오더니, 급기야 지난 6월 13일에는 북한 인민군이 전방 3중 철책선을 뚫고 넘어와 우리 전방지역을 며칠간 배회했는데 군이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주민의 신고로 뒤늦게 체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어 19일에는 전방소초(GP)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아까운 장병 8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또 지난 7월 20일 밤에는 강원도 동해시 육군 모 부대 장병들이 민간인 복장을 한 괴한 3명에게 소총과 실탄을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23일에는 서울 영동대교에서 검문하던 군인이 승합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하루 뒤인 24일에는 구미시 국도 임시검문소에서도 동해안 해안초소 총기탈취사건 용의자 검거를 위해 차량 검문검색을 벌이던 의경이 화물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리고 26일에는 임진강 북단에서 훈련 중이던 장병 4명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실이 이 지경이고 보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마음놓고 군에 보내며,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는 한 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군이 이렇게 연이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 군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고 말한다면 심한 말일까.

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나 기강확립 대책을 내세웠지만 효과가 없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총기참사나 철책선 사고 등은 사고의 심각성에 비해 볼 때 그 책임 추궁은 미미한 것 같다. 솜방망이 문책도 군의 기강을 흩트리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병역회피를 위한 국적포기나 각종 군부대 사고 등도 신세대의 특성을 무시하고 수 십 년을 변화없이 관행대로 이어져온 군대문화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20대 초반의 피끓는 젊은이들에게 2년 이상 일반사회와 단절되는 것은 힘든 일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정상적인 교육환경에서 멀어져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까닭에 최근 발표된 현역 장병들에게 어학이나 자격증 취득교육은 물론 대학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여 자기계발의 기회를 부여하는 ‘군 인적자원개발 종합계획’은 지적 탐구와 학습욕구의 충족은 물론 신세대에 맞는 병영 문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계기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또 인터넷 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각 중대마다 인터넷 PC 16대씩을 설치해 장병들이 사이버 정보망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이를 통해 e-러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군입대로 인해 사회생활과 인터넷으로부터 단절되는 것을 인생의 정체기로 생각하는 신세대 장병들에게는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군대는 기본적으로 전투력 향상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특수 조직이란 점에서 전투력 손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게다가 어학이나 자격증 교육과는 달리 군 복무 중 대학 학점을 이수토록 하는 것은 단체생활이 중시되는 군대에서 자칫 대학출신 여부에 따른 병사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혁신적인 개혁은 물론이고 군 구성원 모두의 인성교육 정신교육을 통하여 전투력 손상 없이도 장병들이 군 생활을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병영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군입대가 장병들 스스로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며 자신이 국가의 평화와 번영의 선봉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고, 훈련을 통해 육체와 정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강인함을 갖게 하며, 아울러 그들이 의미 있는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군 스스로가 진지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부모형제 내 걱정에 단잠을 깨운다”라는 노래는 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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