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환 <경북통상 고문>

1990년대 미국의 번영을 주도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후 그의 자서전 “나의 인생”의 서언에서 앨런 라킨이 쓴 “시간과 인생을 통제하는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 중요도에 따라 자신의 인생 목표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설정하며 살아왔다고 술회했다. 성공한 사람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대부분 나름대로의 인생 목표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까뮈는 “인간이 자기 목표를 정하고 살아가지 못한다면, 동물과 다를 바 없다”고 실존주의적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세상에서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거나 의지가 강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자기가 설정한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온갖 장애와 시련에 부딪혀 좌절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좌절에 굴하지 않으면서 계속 목표를 향해 정진해 나가는 것이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클린턴이 정한 그의 중요한 인생 목표를 보면, 그 범상함에 놀랍다. 성공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것 이외에는 우리 모두가 범상적으로 원하는 것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든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좋은 자식을 두고 싶다든지, 혹은 좋은 친구와 사귀고 싶다는 것등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조직화된 현대생활에서 우리는 자아 실현의 한계를 극복치 못하고 좌절하여 목표를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마음속으로는 목표를 품고 있으되, 그것은 신기루처럼 보여져 누가 목표에 관해 말하면, “목표를 잃어버린지 옛날”이라든가, 심하면, “팔자 좋은 소리 하시네”라고 핀잔하기 일수다. 스스로를 기계의 한 부속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중에는, “내가 언제 폐품화되어 교체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떠는 자도 많다. 그들은 폐품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기름을 치고 윤나게 닦는 노력보다는 좌절감 때문에 녹쓴 것을 방치하여 진짜 폐품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인간을 기계의 한 부속품으로 비유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경제 사회적 조직화가 개인을 옴짝달싹 못하게 옥죄는 것을 과장한 측면이 없지않다. 설령 부속품과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그것은 사유하며 말하는 존재이다. 의사소통을 통하여 자신을 구속하는 조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자기가 원하는 직업과 직장을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찍이 창업을 꿈 꾸었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아 무역회사에 취직한 사람도 있고, 공무원이 되고 싶었으나, 채용시험에 실패하여 생산공장의 관리직 사원이 된 사람도 있다. 학자를 꿈꾼 사람이 국영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도 봤다. 많은 직장인들이 개인의 목표와 직장의 목표간 충돌속에서 생활한다. 좌절이 심한 자는 스스로를 조직의 부품으로 생각하고, 창의력 개발에 힘을 쏟지 않는다. 인생의 목표 달성을 위한 방책들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한다. 클린턴이 내건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들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다.

자기 분수를 모르는 욕망에 근거한 목표는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괴테는 “사람의 욕망은 내버려두면 한이 없다”고 경고하고, “자기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바로 목표를 분명히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위의 선배와 동료 그리고 후배들이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간 충돌속에서 좌절하는 걸 지켜 보았다. 스스로를 한 부품이라고 자조하면서 아무일도 하지 않으려던 후배에게는 퇴사하여 거지가 되더라도 철학자의 길을 걸어보라고 핀잔한 적도 있었고, 회사 일이 개인의 목표 달성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하고 있다는 동료에게는 회사의 목표 실현을 통해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는 마음의 조화를 찾도록 충고한 적도 있었다.

40여년이란 세월이 흐른 다음 분명한 것은 서너 곳의 직장에서 만난 사람중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이거나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 자들의 공통점이 “직장생활에서 직장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일치시켜 직장의 목표 달성에 기여함으로써 스스로의 목표를 성취코자 하는 태도였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실력과 능력이 다소 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십수년간 직장의 목표와 자신의 목표를 조화시켜 부단히 노력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실력과 능력이 향상돼 중간에 퇴사한 후에도 다른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를 봤다.

직업, 직장과 우리 인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연관을 맺고 있다. 직업 실현과 직장에서의 목표 달성을 통하여 개인의 목표 충족도 함께 이룰 수 있을때, 우리는 행복해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일찍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목표를 갖고 그것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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