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대구가톨릭대 패션산업학과 교수>

학생이 모자란다. 2000학년도만 해도 국내 대입 응시자수는 약 87만명으로 정원인 71만명을 훨씬 웃돌았으나 2002년도가 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2001학년도 대학들의 정원 미달율은 1%대였으나, 2003년에 이르자 일반대학의 경우 9%, 전문대학의 경우 18%대에 이르렀다. 지방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방대학들의 경우 몇몇 특성화 대학이나 국립대 등을 제외하면 충원율이 50%에 못 미치는 대학이 많다. 입시성적과 관계없이 무조건 입학자격을 주는 ‘묻지마’ 입시도 나타나 학생선발이 아니라 유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우리사회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이미 초등학교는 통폐합 작업을 몇 년째 벌이고 있다. 당연히 대학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 위기는 수급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대학들이 자초한 책임이 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학생수가 줄어가고 있는데, 대학 수는 1996년 280여개에서 2004년에는 350여 개에 달해 오히려 늘어났다. 2004년 초 경제특구 등을 중심으로 제안된 ‘외국교육기관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더불어 대학들은 교육시장개방에 따른 학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 지구는 2008년까지 미국동부의 명문 사립대학 등을 유치하겠다며 컨소시엄까지 형성해 놓았다.

2004년 8월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구조조정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기보다 ‘선택과 집중’에 의해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동안 규모에 맞춰 정부가 각 대학에 지원금을 분배하였지만 이제는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골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도태하도록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우선 수도권 72개 대학 중 특성화 지원사업을 신청한 62개 대학에 대한 심사를 통해 27개 대학을 선택하고, 문을 닫는 대학에 대한 해산장려금과 학생들에 대한 타 대학 편입 등 퇴출조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위한 법조항도 만들었다. 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들은 난감한 기색이지만 발 빠른 일부 국립대학들은 통합 양해각서(MOU)를 맺고 신입생을 함께 모집하고 대학 특성화에 주력하며 최고 대학을 목표로 통합논의가 활발하다. 그동안 대학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이란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력을 키운다며 통폐합을 단행한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학들은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개혁의 의지를 경영에 적극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교육 이수율은 세계 5위수준이지만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는 60개국 중 59위로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대학이 추구해야할 개혁의 기본방향은 특성화다.

특정분야를 선택하여 그 분야에서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략이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백화점식 교육은 자멸의 길이다.

그 대학만의 컬러를 가지고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기위해 교수진의 수준을 높이고, 적정 학생수를 유지하며, 교육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세워야한다. 이러한 특성화·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함께 대학간 통폐합 등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은 선택과 집중에 의해 100대학을 세계일류대학으로 만들겠다는 ‘211공정’ 정책에 따라 730여개 대학을 280여개로 통폐합했다. 일본 역시 2001년부터 문부과학성의 이름을 딴 ‘도야마 플랜’을 수립하고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통폐합이 실제 진행되면 학과 및 정원이 조정되지 않을 수 없고, 총론에는 찬성하던 사람들도 각론에 들어가면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식경제시대의 국가경쟁력은 사람의 우열에 따라 구분되며 그 사람의 경쟁력은 바로 대학교육의 질에 달려있다. 우리사회의 대학교육 개혁은 이웃에 비해 한걸음 늦었지만 사회가 국제화될수록 교육의 가치는 중시되고 그 열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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