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재 식 <경북도 농업기술원 농학박사>

올해의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가 ‘전원생활’이다. 그러나 도시민들의 보편화된 생활형태로 정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세월과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고정관념에는 ‘전원생활’하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류와 예술인 등 어느 특별한 층에서 가진 생활문화이라고 생각하는 층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전원생활하면 먼저 별장문화를 떠올리고 진작 본인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그동안 잘못된 전원생활의 한 형태인 별장문화로부터 온 의식이다.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강원도 일부 지역, 대구 팔공산과 청도 등지에 경제적인 부를 과시하기 위해 몇 억원씩 들여 지은 별장식 전원주택이 전원생활의 전형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원주택들은 콘크리트, 대리석과 수입 통나무 등으로 큰 저택으로 지어져 있어 지역 농촌 주민들로부터 상대적인 거부감과 함께 저택의 주인은 마을의 공동체 일원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고립을 자초하는 영원한 외지인으로 대부분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농촌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해치고 우리 주택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기존의 농촌 주택(한옥)들과 부조화스러운 등 환경친화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별장문화는 전원생활이 우리의 하나의 생활유형으로 정착하기도 전에 경영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원주택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업자들과 도덕적 의식이 부족한 도시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루어진 것이다.

결코 이러한 별장문화는 전원생활의 한 형태로 있을 수 있으나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도 대학교수를 비롯한 여러 지식층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아직 전원생활의 개념을 정확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원생활은 반드시 도시인이 주체자가 되어 누리는 생활유형이다.

실례로 농촌에 지어진 주택은 생업을 농업으로 하는 농민이 생활하면 농가주택이 되고 도시인이 사용할 때는 전원주택이 된다. 전원생활의 유형을 크게 다섯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도시인이 주된 생활과 경제활동은 도시에서 하면서 경관이 좋고 오염되지 않은 녹색공간에 주거공간을 마련한 후 주말과 휴일에 전원공간으로 나가서 여가생활을 보내는 5都2村 생활문화이다.

이와는 반대로 도시에 있는 직장에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에 주거공간을 마련한 후 전원에서 살면서 도시에 있는 직장에 출퇴근하는 생활문화도 전원생활의 한가지 형태이다.

셋째는 직장생활을 은퇴한 도시인이 본 주거지를 도심에 두고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주말농장, 텃밭가꾸기 등에 참여하는 실버전원생활도 있다.

또, 소규모 농지를 구입해 일부 공간에 임시 거주용 컨테이너 하우스를 설치해두고 일 주일동안 먹을 채소를 가꾸는 등 주말농장을 운영하거나 텃밭을 가꾸기를 하는 것도 전원생활이다.

그리고 농촌 지역의 전통문화를 체험(고가옥 숙박, 각종 축제 참여 등)하는 등 농촌관광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체험생활하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이와 같이 도시인들의 전원생활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형태로 발전될 것으로 판단된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도시인들의 전원생활 문화는 농촌과 마을 주민들과 동떨어진 별장문화와 같은 형식으로 정착되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농촌 주민과 도시인들이 다함께 상생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전국 최초로 운영된 경북도(농업기술원)의 전원생활학교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대구·경북권은 물론 한국의 새로운 전원생활 문화를 창출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전원생활학교 교육을 수료한 도시인들이 256명에 이르고 있고 연말까지 5백여명이 수료를 하게 된다.

교육에 참여한 도시인들은 그동안 별장문화를 의식한 전원생활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며, 전원생활이 농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전원생활은 우선 도시민들에게 건강하고 여유로운 인생 삶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농촌은 부분적인 인구 유입 효과가 있어 ‘마을’이라는 주거공동체 붕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전원생활에 필요한 전원 부동산 거래 등으로 도시 자본 투자로 농촌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가진 도시민들이 농촌 곳곳에 정착하면 이들이 농촌사회를 발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하게되는 등 농촌 중심 리더 역할 수행이 기대된다.

특히, 농촌은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업인들만 살아가는 식량 생산공간 역할 뿐만 아니라 전국민들의 30% 이상이 살아가는 정주공간, 휴양공간 등으로 다시 발전하는 큰 계기가 마련된다.

이러한 전원생활의 기대효과를 인식한 경북도의 전원생활학교를 수료한 도시인들이 중심되어 사)한국전원생활운동본부를 결성하여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승화시킬 계획으로 준비가 적극 추진되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이미 전원생활운동에 뜻을 함께하시는 전직 국회의원, 병원장, 변호사 등 전문인들과 일반 도시민 등 3백여명(서울, 경기, 강원 충청도, 대구경북권 등)이 참여를 지원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경북도의 전원생활학교를 수료한 도시인들이 별장문화가 아닌 도시민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전원생활 붐 조성을 위해 이 운동에 적극 참여를 할 것을 결의하고 각별로 모임을 결성하는 등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주목이 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