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성 길 <대구시 교육위원>

지난해 대구교대에서 교육혁신위원회 주최로 교육에 대한 현안을 경청하는 간담회를 한다고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

회의장에 참석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전교조·시민단체·젊은 교수 등 주로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단체대표들이 많았다.

너무 한곳으로 편중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해서 올바른 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평소 존경하는 위원장께서 하시는 말씀도 영 못마땅했다. 전국 학교현장을 다니면서 학교 문제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참고로 간담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청취한다는 투의 인사말에 마음이 상했다.

이 아까운 시간에 현장을 잘 파악했다면 파악한대로 계획을 세우지 뭐할려고 모여서 시간 낭비하는지? 괜히 부하가 치밀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드니 내 머리속에는 교육혁신위원회라는 조직 명칭까지 불만이었다.

교육에 무슨 혁신이 있는지? 혁신이란 영어 innovation 으로 기존의 제도·조직·풍습 등의 틀을 새롭게 바꾼다는 것인데 교육에 완전히 틀을 바꾸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교육에 있어서는 조금은 보수적이면서 큰 혼란없이 조금씩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 아닌가?

이날 회의내용도 주로 코드인사들이 모인 회의답게 교육의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에 치중해야한다는 의견 등으로 진행되었다.

다만 필자 혼자만 교육에 효율성을 강조하고 대학입시는 각 대학의 자율화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허공의 메아리로 맴돌았다. 다시는 이런 회의에 참석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다. 또 교육혁신위원회의 혁신이 있어야겠다고 씁씁해한 기억이 있다.

때마침 7월말 교육혁신위원회 1기 활동이 마무리되고 2기 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어떤 인사들로 구성이 될까 교육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1기 교육혁신위원회가 구성될 당시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회 구성에 대해 전문성 부족과 코드인사에 의존한 균형감을 상실한 인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간 위원회의 활동도 신통치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교육계가 이번에 구성되는 위원회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1기 위원회가 능력보다는 코드와 지역안배 등으로 대표되는 위원 선정 방식의 문제로 인하여 교육철학 정립 논란,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논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대입제도 개혁, 사교육비 경감 등 국가적 과제 등에 대해서 이상론과 당위성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렇다 할 방향제시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만 낭비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평가의 근본적인 것은 위원회의 인적구성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교육혁신위의 위원장 및 위원은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른바 코드인사를 과감히 척결하고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전문지식을 가진 인사들을 골고루 기용하여 현실감과 균형감각을 갖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특히 얼마 전 교육부 총리에 경제전문가를 임명하여 교육계의 반발을 가져왔고 교원노조 간부 출신이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으로 임명되어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번에 구성되는 교육혁신위원회는 중립적이고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들로 구성하여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혁신이 이상론이나 코드인사로 이루어질 수 없고 실현가능한 것들을 한가지 한가지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개혁이라는 것을 인식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