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연 <영남대 의과대학 교수>

황우석 박사 팀이 다시 세계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복제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본인이 의학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각종 난치병치료에 복제기술을 이용한 연구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이미 인간 복제가 가능한 현실에서 이러한 연구를 어디까지 진행시켜야 옳은가 하는 딜레마를 심각하게 같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이에 대한 많은 윤리적인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이러한 복제와 유전자 조작이 인류의 미래 운명을 결정지을 또 하나의 판도라의 상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복제는 말 그대로 모든 유전인자가 거의 완벽하게 같은 개체를 하나 더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가지고 있는 유전인자는 완벽하게 같지만 표현되는 것은 분화과정이나 그 이 후의 과정에서 일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튼 일반개념에서는 완벽하게 같은 분신이 하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복제된 생명체는 노화가 촉진되거나 암 등 각종 병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복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포유류에서 이미 성장이 끝난 성체 세포를 이용한 복제는 영국의 로슬린 연구소에 의해서 1996년 7월에 태어난 복제양 돌리가 처음이다.

복제방법은 성숙 양의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다른 양의 난자에 삽입하고 이것을 또 다른 양의 자궁에 이식하여 복제양을 얻을 수 있었다. 인류 최초의 복제양인 돌리는 2003년 2월에 진행성폐질환으로 평균수명의 반 정도를 산 후 희생되었다.

복제양의 성공 이 후 세계각국에서 생쥐, 소, 염소, 돼지, 토끼, 고양이, 노새, 말 등 여러 종류의 포유류 복제에 성공하였고, 이번에 복제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알려진 개의 복제가 황우석 교수팀에 의하여 최초로 이루어 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좋은 손 기술과 두뇌를 가진 한국인에 의하여 최초의 복제 개가 탄생한 것은 우리 과학의 개가이자 자랑스러운 일이나, 과학적으로는 동물 복제라는 기법이 단지 성공 율의 차이일 뿐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 된 것에 대하여 일견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되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몇 몇 나라에서는 몇 천 만원이면 애완동물을 복제해주는 회사까지 성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복제 동물의 안정성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복제 동물과 정상 동물사이의 교잡에 의하여 유전자 변형에 의한 기형동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결국 궁극적인 두려움인 인간 복제의 관점에서, 인간과 그 유전적 특성이 98% 이상 같다는 원숭이에서의 성체세포의 유전자를 이용한 복제는 아직은 성공단계에 있지 못하지만 실패의 이유가 이미 일부 밝혀져 있다.

따라서 과학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원숭이와 인간의 복제는 단지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다. 즉 고등동물일수록 개체 발생에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복제가 쉽지 않으나 궁극적으로는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및 화학적 조작 등의 방법을 통하여 복제가 가능하리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유전적 조작의 발달은 종간의 유전자 융합을 통한 개체 복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인간의 특정 유전자를 동물에게 주입하여 특정 장기가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장기, 또는 인간의 특정 호르몬 등을 분비하는 동물은 쉽게 생성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 신화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경지까지는 아직 요원할지 몰라도 유전인자가 가까운 종간의 유전자를 반씩 가진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분명 인류는 이러한 상황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편리함이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우리 주위를 파고들어 종래에는 그것이 우리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평소 누리던 그것이 없으면 인류는 곧 파멸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의 인류에게 전기나 전파 같은 편리함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과학은 결국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답변으로 모든 것이 합리화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의 주인은 어쩌면 인류만이 유일한 주인이고 지배자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식물과 동물 같은 이 땅의 다른 생명체가 없다면 인류 또한 존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이전에는 공룡이 이 땅의 주인이었던 시절도 있었으며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인류보다 더 우월한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그 우월성을 이유로 인류를 지배하려고 한다면 인류는 과연 그것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지금도 인류는 인간이기 때문에 존엄성을 갖는다는 그러한 등식을 주장할 수 없을 런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현실에 있어서는 빈부귀천 및 피부색에 따라서도 평등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 혹시 소수 사람들을 위한 전유물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불식하기가 어렵다.

이제 우리 사회와 국가는 배아줄기세포와 복제 연구에서 세계 제일의 기술강국으로서 어쩌면 인류의 존폐를 결정지을 지도 모르는 복제연구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주도적으로 세계에 제시하고 그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핵의 평화적인 이용은 인류를 자원고갈에서 구해줄 것이나 파괴적인 운영은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양면성을 가진 점에서는 생명복제 또한 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벌써 파멸을 위한 걸음을 시작했는지 조차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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