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대구보건대 금융재테크정보과 교수>

어느 왕국에 달님을 몹시 갖고 싶어하는 어린 공주가 있었다. 공주를 끔찍이 아끼던 임금은 온 나라 안에 명령을 내렸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수학자 등 나라안 최고의 두뇌들까지 다 모였으나, 달까지는 엄청난 거리여서 갈 수 없다거나 너무 커서 딸 수 없다는 이야기만 할 뿐 달리 해결책이 없었던 것이다. 이 때 광대가 나타나, 공주는 달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공주가 생각하는 손톱 만한 달을 금으로 만들어주고 해결했다.

하지만 다시 밤이 되고 뜨는 달에, 공주에게 검은 안경을 씌우자느니 온 궁전을 검은 천으로 가리자는 안으로 다시 한 번 임금과 신하가 걱정에 쌓였을 때, 광대는 공주와의 면담에서 이도 빠지면 다시 나오듯 달을 땄으니 다시 나왔음이 당연하다는 공주의 답으로 해결이 되었다는 동극이 과거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있었다.

오늘날 국제유가가 마치 오를 명분만 기다리고 있듯이 미국에 허리케인이 지난다고 오르고, 중동 산유국의 왕이 죽었다고 오르고, 테러 위험이 있다고 오르고... 날만 새면 올랐다는 뉴스에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65 달러도 넘었고, 머지않아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도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는 지경이어서 안타깝다. 문제는 요사이 고유가는 과거 오일쇼크 때와는 달리 2여 년을 꾸준하게 계속 올랐다는 것이다. 이는 갑자기 올랐다 크게 하락하는 과거의 고유가 양상과는 다르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책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주말, 시골로 갔다가 계획에도 없는 직행버스를 타고 유류 소비의 최일선에 있는 분에게서 고유가를 헤쳐 가는 방법에 관한 답을 얻었기에 뜬금 없이 그 동화가 생각났다.

그 버스는 대구와 청송의 주왕산을 왕복하는 버스로 최고 성수기 휴가철인 데도 버스는 거의 텅텅 비다시피 할 정도였다. 손님도 없고 또 일의 성격상도 혼자여서 굉장히 무료해 보이는 기사께 말을 건넸다. “손님이 너무 없습니다.” 그러자 기사분은 “말도 마세요...”로 시작해서 실감나는 현장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 분의 말씀인 즉, 대중교통비가 비싸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그러니 도로는 차들로 넘쳐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 주왕산 직행버스 편도요금이 1만2~3천으로, 5사람이 왕복한다면 집에서 나와서 시외정류장까지 택시 타는 것을 가정하면 왕복교통비로 20만원 가까이 드는데 승용차를 가져가면 3~4만원만 하면 되니 돈 절약되고 편리한데 누가 승용차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냐는 것이었다.

버스 회사 입장에서는 버스를 자주 운행할수록 적자가 깊어지니 배차 간격을 과거 5~10분에서 30~1시간으로 늘이게 되고, 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하는 승객에게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와 대중교통 이용 승객은 점점 더 줄어들고 이는 더 많은 자가용 이용을 불러 길은 더 복잡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치솟는 유가에 나라는 더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분은 나름의 해결책도 잊지 않았는데, 영업용 차량의 경유에 대해 대폭적인 유류세 감면을 통하여 대중교통 요금 인하로 대중교통의 수요를 유발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이는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 요금이 오른 지난 6월의 서울 택시 매출이 한달 전보다 요금부담 때문에 1.4%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남에서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분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왜냐하면 유류세가 조세 수입의 큰 부분이며, 또 대중교통 이용으로 인해 자가용 승용차가 팔리지 않는다면 승용차 자체에 해당되는 각종 세금과 승용차에 의해 소비되는 유류세와 그리고 교통범칙금 등 승용차로 유발되는 각종 수입이 얼만데 그것을 포기하겠냐는 것이었다.

그 기사분의 말이 다 옳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8월과 9월, 택시용 LPG부탄 특별소비세 100% 면제법안, 유류세 10% 인하 및 장애인차량 LPG부탄 특별소비세 50% 감면법안 등 유류세 관련 인하를 요구하는 입법안들이 법안통과에 번번이 실패한 것을 기억한다. 또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자가용 이용선호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과다하게 화석연료를 소모함으로써 환경을 파괴하고 귀중한 외화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면에서도 대중교통에 대한 유류세 부가가치세제 개혁 등 여러 방면으로 지원대책을 강구하여 대중교통요금을 낮추고 출발지와 도착지의 연계교통체계를 보다 더 과학적으로 개편하여 대중교통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 끝모르는 고유가를 극복하는 길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분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들어야 할 것이다. 경우가 같진 않지만 동화에서 열쇠는 공주가 쥐고 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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