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숙(현대수필 편집위원)

모임에서 식사를 하러 갔다.

주차장입구에 단정하게 서서 인사를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있었다. 화장기 없는 앳된 얼굴이 맑아 보여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만 하고 있는 동안 일행 중에 K는 그 학생 곁으로 다가갔다.

“학생, 참 예쁘네요”

“고맙습니다” 학생은 얼굴을 붉히면서 공손히 대답한다.

자리를 잡고 나오는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손님이 많은 탓인지 예약을 했는데도 준비가 덜 되어서 불쾌해지려고 했다. 다른 때보다 음식이 부실하다고 한 쪽에서는 투덜대기도 한다. 음식을 나르던 여자의 독특한 화장이 눈에 띄었다. 주황색 루즈에 주황색 아이샤도우는 어색하고 튀었다. “취향도 다양하다”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곁에 있던 K는 말한다.

“화장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여자는 멋적은 미소를 쓱 흘리고 간다.

문 앞의 그 학생처럼 반듯한 인사는 못했어도 기분은 좋았으리라. 귀엣말로 내가 K에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럼요. 예쁘잖아요. 얼마나 신경을 썼겠어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은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그래서 K를 만나고 오는 날은 산뜻한 기분이 되는가보다.

그는 산책을 하면서 길가에 핀 작은 풀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름을 불러준다. 이름을 모르는 들꽃은 식물도감을 찾아서 이름을 기억해 둔다. 노오란꽃 별처럼 촘촘히 피어 있는 개구리자리에 눈 맞추고, 돌틈 사이에 납작 엎드려 하얗게 꽃피운 키 작은 가닥냉이를 쓰다듬고, 언덕배기 그늘진 곳에 피어있는 자주색 꽃창포가 제비꽃 닮았다고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두 박자 느린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 그는 반짝이는 농담도 할 줄 모르고, 얼른 알아듣지도 못한다. 남들이 다 웃고 나서 한 참 후에 더 많이 웃는다. 조금은 어눌해서 귀엽고,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그의 감성도 사랑스럽다.

나는 사람의 면전에서 칭찬을 하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다. 겉치레로 하는 칭찬조차도 인색하다는 것은 칭찬이 자연스러운 그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가 하는 말은 무조건 지지하기로 하며 나는 내 자신에게 약속한다.

오늘도 “K 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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