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 심장센터)

보통 여름 휴가철에는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린다.

학생들의 방학, 직장인의 휴가 등으로 헌혈자가 많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 적십자사에서는 헌혈자들에게 모기약인 에프킬라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붙인 이유가 기발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모기를 에프킬라로 퇴치하고 나면, 모기에게 줄 피는 이제 남았으니 헌혈하여 어려운 이를 돕자’ 는 것이다.

또 몇몇 지역 혈액원은 영화 관람권을 주기도 하며 헌혈자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 이런 이벤트가 없다 하여도 가장 쉬운 사랑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는 헌혈은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본인이 Rh 마이너스 같은 희귀 혈액형이라면 더욱 더 열심히 헌혈을 해야 한다.

정말 급할 때 귀하게 쓰일 확률이 훨씬 높은 혈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이벤트 성 선물 증정을 한다거나, 사랑의 실천이라고 개개인의 도덕심에 호소하는 것은 충분한 혈액을 확보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만성적인 혈액부족에서 벗어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남보다 자기 자신을 더 생각하게 마련이다.

헌혈이 아무리 사랑의 실천이라고 홍보를 해도 헌혈하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보통사람의 본성으로는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헌혈을 할 리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2000년 전 예수님도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고 말씀하셨을까.

역시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신 것이다.

성인군자가 못 되는 우리들은 자신을 희생하기는커녕 우선 자신의 몸부터 사랑하니, 그건 할 수 없다고 인정해 주신 것 같고, 이웃에 대해서는 ‘네가 네 몸 사랑하는 정도’ 로만 사랑해도 충분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그러므로 필자 생각으로는 ‘헌혈은 남에 대한 사랑의 실천’ 이라고 홍보하기보다는 ‘헌혈은 나의 몸에 좋다’ 는 방향으로 헌혈에 대한 홍보를 더 강화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몸에 좋다면 뭐든지 다 하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해외 원정을 하여 ‘몸에 좋은’ 희귀 동물을 싹쓸이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헌혈이 몸에 좋다’고 반복적으로 강조를 하고 홍보를 하면 사람들의 헌혈율이 금방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지속적인 반복 헌혈을 유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헌혈은 건강에 좋다.

신진대사를 좋게 해주고, 골수를 자극하여 골수 기능을 활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더하여 남을 위한 사랑을 실천한다는 만족감은 정신적인 건강까지 가져다준다.

여성이 남성보다 일반적으로 더 건강하고 평균수명이 무려 6, 7년 이상 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여성의 혈액 중 철분 성분이 남성보다 낮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몸속의 철분은 혈액을 만들어 내는데 매우 중요한 성분이지만 동시에 이는 강력한 산화제이다.

우리 몸에는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제들이 있어 이들은 우리 몸의 세포손상을 막아주고 복원해 주는데, 몸의 철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이 항산화제를 과도한 철분들이 다 사용해버리기 때문에 항산화제가 많이 모자라게 되어 노화가 일찍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몸은 빈혈이 오지 않을 수준 정도의 철분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여성의 혈액 중 철분 성분이 낮은 이유는 여성이 생리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성들은 매달 하는 생리 때문에 필요 없는 과도한 철분을 버리게 되므로 항산화제를 혈중에서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들도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면 여성들이 생리를 하는 것처럼 몸의 철분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몸속에 충분한 항산화제를 유지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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