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 태 일 <편집위원>

석유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연일 치솟아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니 기름 값이 아니라 금값이다.

기업들은 경영실적에 초비상이고 소비자의 지갑도 얇아지면서 속을 끓이고 있다. 공공요금이 들먹일 것이고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오를 것이다. 기름 값이 싼 주유소에 차가 몰리고 가짜 휘발유가 활개를 치고 있다. 바야흐로 ‘석유’가 문제다. 석유는 자연적으로 퇴적된 탄소와 탄화수소 물질로서 고대 동식물에서 추출된 유한자원이다. 최초로 사용했던 기록은 5천년 전 유프라테스 강가에 살았던 슈메르 인이라 한다.

고대사회에서는 방화용 기름을 화살촉에 달아 무기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같은 석유 탐사는 오래된 일이 아니며 석유는 곧 일확천금을 벌어들이는 부의 축적수단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부싯돌에 이어 고래 기름으로 불을 밝히다 공급에 한계가 따르자 사람들은 대체물질을 찾아 나서서 알코올, 송진, 석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개발에 주력했다. 현대에 이르러 대량으로 석유가 시추됨으로서 인류는 한 차원 높은 석유화학문명을 일구게 되었다. 인류 역사는 에너지 개발사요 석유는 현대문명사의 궤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늘날 석유는 모든 산업의 쌀이 되었다. 따라서 석유 값의 고공행진은 우리경제생활 전반에 주름살을 깊게 할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그만큼의 볼멘소리도 터지기 마련이다.

먼저 배보다 배꼽이 큰 유류세금을 내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기름값에 붙는 세금은 4종류나 되며 소비자 가격에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휘발유의 경우 60.5%나 된다. 가름 값 40원에 세금이 60원인 셈이다. 정부는 해마다 20조원(전체국세의 20%)이 넘는 세금을 걷어 들인다.

지난해 5월 정부는 고유가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35달러에 이르면 세금을 내리겠다고 방침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약속한 액수보다 배나 올랐지만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석유소비를 줄이고 교통체증을 제어한다는 변명이지만 정부의 속셈은 세수확보이고 그만큼 국민생활고만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유가 상승분을 정부와 국민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합리적 대안으로 유류세 10%를 내릴 것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거부했다. 고통분담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고유가가 소비절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유가가 오를지 모르는데도 소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우리나라 상반기의 일인당 하루 석유 소비량이 프랑스보다도 많은 세계6위라니 놀라운 일이다. 올해 원유수입도 전년도에 비해 4,1%나 증가했음도 방만한 소비행태이다. 가장 큰 해법은 강력한 소비억제와 대체 에너지개발에 국력을 결집하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과 고통분담을 나누는 일조차 거부하는 정부가 대국민 소비절약을 호소한다면 설득력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앞으로 고유가로는 버티지 못할 한계기업들도 속출할 것이다. 내수침체로 하반기 경기회복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으로는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르면 국제수지 10억 달러나 악화된다고 한다. 우리경제가 유가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일쇼크의 공포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각이 마비된 것인지, 아예 포기한 것인지, 걱정하는 기색도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국가경보기능은 먹통이고 정부는 낮잠만 자는 태평(?)형국이다.

바야흐로 유비무환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먼저 정부는 유류세를 내려 고통을 분담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국가차원의 각종 에너지 절약대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일본처럼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는 일도 단계적으로 적용해 가야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절약을 위한 고통분담을 주도하면서 우리 근해의 대륙붕개발이나 해외 유전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장기수급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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