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안이 禪位(선위)파동으로 시끄러웠다. 왕이 살아 있는 동안 후계자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것을 선위라 한다. 선위파동은 왕권강화를 위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가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추진되었다. 조선조 왕들중 정치적 목적으로 선위파동을 이용한 왕들이 더러 있다. 그들의 선위파동은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때 정적을 제거하고 신하들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수단이 되었다. 조선조 선위파동은 다음 정권 승계자인 세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때 주로 일어났으며, 눈치 없이 선위파동에 걸려든 신하는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결국 선위파동은 군주 자신의 생존수단이었고, 반대파를 몰아내는 피의 숙청이었다.

최근의 현대판 선위파동은 노무현대통령의 聯政論이 불씨였다.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이 이뤄지면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부여하겠다. 사실상 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될 것이다. 선거제도를 고치는데 한나라당이 동의하는 것이 그 조건이다” ‘대연정’의 요지다. 이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나눠주는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 아니기때문에 받을 의사가 조금도 없다”고 그 제의를 일축했다. 노대통령은 이전에도 대통령직에 관한 발언으로 여러번 ‘선위파동’을 일으킨 바 있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불법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만 넘으면 정계은퇴하겠다” “대통령직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 등의 발언에 이어 이번에는 “야당에 정권을 넘겨주겠다”는데까지 발전,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대통령자리가 어떤 자리이며, 대통령권한이 어떠하길래 ‘엿장수 마음대로’ 권한을 나눠줄 수 있는지 국민은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권한은 헌법절차에 따라 나라를 잘 다스려달라고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한시적인 대통령이 자신의 사유물처럼 마음대로 넘겨줘도 되는지. 그것은 바로 대통령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국민들은 연정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다 짐작하고 있다. 지금 나라사정은 대통령이 선위파동이나 일으킬 때가 아니다. 경제 하나에만 매달려도 대통령의 손과 발이 모자랄 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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