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2-2형사부(손대식 부장판사)는 건설노조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및 압수수색 정보를 알려준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구속 기소된 대구경찰청 소속 정보관 A(46) 경위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 경위는 지난해 3월 13일 오전 11시 35분께 모 건설산업노조 대구경북본부 부본부장 겸 조직국장 B씨(41)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주부터 압수수색 들어간다. 본부장 C씨(56)의 이름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건설업체로부터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갈취한 행위에 대해 수사하는데, 피해업체가 40곳이나 된다. 화, 수, 목, 금 중에 가든가 안 하겠나 싶다. 본부장 C씨에게도 알려줘라”고 하는 등 경찰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비밀인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압수수색영장 결재가 이뤄진 뒤 검찰에 건설산업노조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3월 15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17일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에서 A씨는 B씨에게 말한 내용은 경찰 외부에 이미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추측한 사실이어서 경찰 내부의 비밀이나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정보 형사로서 업무수행을 위해 말한 것이어서 국가기능에 위험을 발생시킨 것이 아니어서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누설에 해당하지 않은 데다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직무상 비밀을 취득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3월 13일 오전 9시 43분께 대구경찰청 정보과장이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28초 동안 통화한 데 이어 오전 10시 29분께 수사과장으로부터 전화를 수신해 2분 4초 통화했는데, A 경위가 오전 11시 21분께 정보과장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은 뒤 정보 누설 직전인 오전 11시 27분께 정보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1분 23초 통화를 한 점을 보면 A 경위가 정보과장을 통해 이 사건 정보를 취득해 즉시 B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직무상 비밀을 취득한 적이 없다는 A 경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근거다.

재판부는 또 A 경위가 사적으로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 정보 등을 알려준 행위는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행위에 해당하고, 이 행위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직무집행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성이 큰 데다 국가기능에 위험을 발생시킨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양형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비난 가능성이 가볍지 않고, 피고인의 행위로 경찰관의 법 집행에 관한 공정성과 신뢰가 훼손됐다”면서 “다만 초범인 데다 부양해야 할 어린 자녀가 있는 점, 7개월 이상 구금생활을 한 점, 20년 넘게 경찰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며 다수의 포상을 받는 등 성실하게 근무한 점, 범행과 관련해 별다른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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