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고(故)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의 영결식이 지난달 31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경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친지, 경북도지사, 소방청장, 도의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두 청년의 넋을 기렸다.

유가족은 장례식장에서부터 영결식장까지 운구 행렬 내내 두 청년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오열했다. 김 소방장의 모친이 “엄마는 우리 수광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어쩔래, 보고 싶어 어떡하나”라고 흐느끼자 박 소방교의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그간 아내의 곁에서 눈물을 삼켜왔던 두 부친도 목 놓아 울었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공장 건물 안에서 인명 수색도중 고립돼 8시간 만에 안타까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두 청년은 신고 접수 이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건물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거침없이 불길 속으로 들어가 참변을 당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두 영웅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생때같은 두 청년의 희생 앞에 더는 우리 사회에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보를 듣고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고, 여야당의 대표도 현장을 찾아 위로했지만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해 보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간 공무 도중 다치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이 4858명이나 된다.

정부와 여당이 소방관 안전대책과 처우 개선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대형 화재로 소방관들이 희생될 때마다 앵무새처럼 반복해 온 다짐이다. 두 청년의 비극을 보면서 실질과 괴리된 대응책으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소방관이 사회의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라고 한다. 국민의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귀한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들의 희생을 반짝이는 훈장이나 존경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순직 소방관 10명 중 7명이 샌드위치 패널 화재 때 희생됐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문경 화재처럼 얇은 철판 속에 스티로폼과 우레탄을 채운 샌드위치 패널 사용 규제와 같은 실질적 대책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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